미래 여행법

22세기 여행법은 21세기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멀고도 가까운 미래 여행법에 대하여.

22세기는 2101년부터다. 이날이 얼마나 먼 훗날인가 하면 1982년에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이 2019년이고, 올 10월에 개봉할 후속작의 배경이 2049년인데, 이보다도 52년 후에 벌어질 일들이다. 20세기 후반에 태어난 사람이 22세기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초등학교(도 아닌 국민학교를 다닌 내가) 어린이 사생대회에 나가서 ‘미래의 여행’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다. 말하자면 허무맹랑한 상상에 가까운 일일 뿐이니 지금부터 소개할 여행법은 정말 쓸모가 없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 제목처럼 알아둘 필요도 없다.

상상력이 빈곤한 탓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여행법을 제시할 수는 없어서, 영화 속에서 그 상상력을 빌리려고 한다. 가장 먼저 <인터스텔라>는 22세기 여행에 있어 수많은 힌트를 준다. ‘떡밥’이 참으로 많지만 가장 주목하고 싶은 건 영화 끝날 때쯤 잠깐 등장하는 스페이스 콜로니다. 머피(제시카 차스테인)가 아버지(매튜 매커너히)의 도움으로 중력방정식을 풀어서 만든 -그래서 이름도 쿠퍼 스테이션인- 이 거대한 원통형 거주지는 우주선 같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거주지다.

1969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 교수인 제라드 오닐 박사와 학생들 간의 세미나에서 처음 고안되었는데 지구의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 거주지를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로 탄생되었다. 1974년에 학술지 에 게재되어 세간에도 널리 알려진 이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끊임없이 스페이스 콜로니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 콜로니를 만들어야 한다면 너무 많은 콜로니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구 감소용보다는 이주용 교통수단이나 임시 거주지로 만드는 게 낫다는 것이 최근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엉뚱한 상상을 한다면 이 스페이스 콜로니가 22세기에는 현재의 크루즈 여행과 비슷하지 않을까?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2~3배 정도로 늘어나고, 인류의 노동은 A.I를 탑재한 로봇으로 많이 대체된다면 일이란 개념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말하자면 일을 오래할 필요가 없는데, 은퇴는 지금보다 빨라지고 ‘놀고먹어야’ 하는 노후 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질 예정이다. 그럴 때 스페이스 콜로니에 탑승하여 50여 년 동안 크루즈처럼 즐기며 우주 곳곳을 여행하는 것은 어떨는지. 만약 그렇다면 22세기 젊은이들의 목표는 이 스페이스 콜로니에 탑승하는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스페이스 콜로니가 느린 여행에 속한다면 22세기 콩코드는 아마도 워프 드라이브를 탑재한 우주선이 될 것 같다. 워프 드라이브라는 비행법은 SF 영화, 드라마에서 가장 큰 축을 맡고 있는 <스타 트렉> 시리즈에 자주 나오는 엔터프라이즈호의 이동 방법으로도 유명하다. 광활한 우주에서 어느 정도가 빠른 속도일까? 빛의 속도? 태양계 밖에선 광속의 속도를 나타내는 광년(Light Year)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정도다. 몇 백만 광년이 걸려야 한 은하에서 다른 은하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프 드라이브는 현재로선 광속보다 빠른 초광속의 장벽을 무너뜨릴 유일한 추진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기존의 로켓 방식은 작용과 반작용, 뉴턴의 제3법칙을 이용한다. 뒤로 힘을 내뿜으면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을 얻는 방식인데, 이렇게 해서는 광속은커녕 광속의 몇 퍼센트 속도를 내는 데에도 한계의 부딪힌다. 워프 드라이브의 경우, 앞쪽의 시공간은 수축하고 뒤쪽의 시공간은 팽창시키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쉽게 말하면 바다에서 가만히 있어도 배가 이동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배가 추진력이 없어도 파도가 있으면 이동하는 것처럼 우주선은 가만히 있지만 앞의 시공간과 뒤의 시공간의 왜곡을 만들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순간이동을 하는 것인데 이게 말은 쉽지, 실제론 연료부터 첩첩산중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미 나사 소속의 연구자들이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고 연구하고 있으니 언젠가 개발될 것 같은 희망도 품게 된다. 만약 워프 드라이브만 완성된다면 광속으로 4.3광년이나 걸리는 태양계에서 제일 가까운 항성계 리길 켄타우루스까지, 단 2주 만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니까 22세기에는 6주 코스로 꾸며진 이런 패키지 여행을 판매할지도 모른다.

 

<7월 특가> ♥성간 홀릭♥
그날도 눈부실 새로운 태양계!
빛나는 별들을 따라 한 폭의 수재화처럼 번져가는 센타우루스 자리
알파 A와 알파 B의 황금빛 이야기가 6주 동안 펼쳐집니다!
여행 기간 6주
참가 정원 10인 이하 출발
여행 경로 태양계, 성간 이동 후 리길 켄타우루스까지 왕복
참가 비용 약 3억원
(현재 버진 갤럭틱 스페이스십투 2호를 탑승하여
2시간 우주 여행 하는 데 드는 예상 비용)

 

미래의 여행 - 하퍼스 바자

우주 여행이 광범위한 스케일로 펼쳐진다면 지구 안에서의 여행은 어떨까?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이 우주 여행과 비슷해졌으니 아마도 현재 국내 여행처럼 당일치기로 해외 여행을 갈 수 있지는 않을까? 영화 <킹스맨>에서 에그시(태런 에저튼)가 킹스맨 양복점에서 비밀기지로 끌려 갈 때 터널로 이동하는 것처럼 전 세계가 원통 관으로 연결된 하이퍼 루프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이 기술은 빠르면 10년 안에도 상용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작년 5월에는 하이퍼 루프 원이라는 회사가 미국 네바다에서 시범 운행에 성공했다. 자기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튜브 바닥에 공기를 분사해 마찰력을 줄여 음속을 돌파하는 기술인데, 원통형만 연결하면 비행기보다 빠른 시속 1200km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되면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일본,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러시아까지는 1일 생활권에 놓이게 된다. 부산까지는 단 16분. 적어도 부산까지 출퇴근하는 건 22세기가 아니라 지금 20대에겐 은퇴 전에 가능해 보인다. 태국으로 가는 여행은 전주 한옥마을 투어와 비슷하려나?

세계일주 하는 데 며칠도 걸리지 않을 때쯤 지구 안에서의 모든 여행은 좀 시시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절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카메론이 <아바타> 흥행 이후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곳은 해저 11km 밑이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 잠수에 성공한 카메론은 “깊은 심해를 다녀오는 건 다른 행성에 다녀오는 기분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한다. 사실 지금 우리에게 심해는 우주보다 훨씬 더 미지의 영역이다. 카메론의 해저 탐사 경험은 앞으로 개봉할 <아바타>의 후속 편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연 얼마나 깊은 해저 여행이 가능할까? 현재도 피지 섬 부근에 수심 10m 정도에 건설된 포세이돈이라는 리조트는 존재하지만 그 정도론 22세기의 해저 관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심 약 1백m 정도에 해저 도시를 건설하고 그곳에 리조트를 만드는 것은 어떤가? 수심 1백m면 약 1백10t의 압력이 가해지게 되는데 이런 수압을 견디려면 돔 형태의 구조물이 적합하다. 또한 햇빛을 받기 위해서는 철골과 유리 소재를 사용해야 하며 돔 안에는 1기압을 유지해야 사람이 살 수 있다. 현재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제 논의가 되고 있는데 이는 해저 리조트가 지구상의 안전지대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이미 해류와 심층수가 해양 생태계를 방사능 물질에서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2012년 4월 미국국립과학원 회보에 공개되었다. 평상시엔 리조트로, 방사능으로 오염된 유사시엔 새로운 방공호의 역할까지 하는 해저 도시라니. 22세기 선망의 관광지 겸 주거지는 해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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