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비밀 식당 ep3. 프렌치 레스토랑

누구나 다 아는 맛집이 아니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알려진 양재천 프렌치 레스토랑.



고즈넉한 양재천 뒷길에 자리한 뀌숑82는 소박한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종종 음식의 위로를 받고 싶을 때마다 찾아 오는 보물 같은 곳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도 처음 뀌숑82의 음식을 만났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가장 처음에 식전 빵에 놀랐다. 여느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전 빵도 이곳에선 좀 더 특별했다. 오리고기를 다져 낸 리예뜨를 함께 내는데, 이곳에선 식전 빵 역시 하나의 요리인 셈이다. 리예뜨는 오리나 돼지의 살코기, 지방을 섞은 뒤 굳힌 것으로, 기름이 많아서인지 녹진하고 강렬한 풍미가 고소한 빵과 함께하면 입안에서는 화려한 축제가 벌어진다.

 


그 무엇보다 마음을 빼앗는 음식은 라비올리다. 라비올리를 꺼내어 반을 가르면 통통한 새우가 가득 들어있고, 새우의 탱글탱글한 식감은 부드러운 거품과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먹어 본 자만이 라비올리의 황홀함을 알 수 있다. 매시드 포테이토와 잘 어울리는 삼겹살 요리도, 루꼴라와 함께 나오는 광어 요리도 엄지 손가락이 저절로 올라가게 되는 맛이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람블라스를 건너 뛰고 레스토랑을 나온다면 아마 좀 많이 서운했을 것이다. 람블라스는 일종의 감자튀김과 같은 것인데, 조금 다른 비주얼에 압도된다. 감자튀김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데, 여기에 하몽과 달걀 프라이가 함께 곁들여져 나오기 때문이다. 재료의 조합이 웬만해선 맛 없기도 힘든 요리다. 하몽으로 감자 튀김을 두른 뒤 노른자에 한번 찍어보자. 포슬포슬한 감자의 덤덤한 맛과 하몽의 쫄깃하고 독특한 식감과 짭조름한 맛이 기분을 좋게 하고, 노른자의 진득하고 고소한 풍미가 다른 재료들의 맛을 아우르며 부드럽게 한다. 이건 뭐 ‘삼합’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다채로운 매력이 한가득이다.

 


디저트로는 마들렌을 추천한다. 마들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먹어보았을 다소 진부한 디저트 메뉴일 것이지만, 이곳의 마들렌은 특별하다. 오죽하면 나는 이것에 ‘인생 마들렌’이라는 별명을 붙였겠는가. 고소하고 아찔한 버터의 풍미, 바삭한 표면은 입 속에서 녹아 들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함께 내어준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따뜻한 마들렌으로 식사를 마무리 하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그런 날이 있다. 음식의 따뜻한 온기와 맛으로 위로 받고 싶은 날, 그때 먹는 음식들은 이상하게도 기억에 남는다. 평생을 지배하는 소울푸드처럼 말이다. 뀌숑82는 소울푸드를 파는 가게다.

 

뀌숑82
add 서울 강남구 양재천로 167
tel 02-529-3528

 

 

*글쓴이 박수지는 푸드스타일리스트다. 음식의 맛과 멋을 만들고, 좋은 식재료와 음식을 만드는 곳을 찾아 대중에 전하는 일을 한다.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등과 함께 일했고, 저서 <요리가 빛나는 순간, 마이 테이블 레시피>를 출간하기도 했다.

  • Kakao Talk
  • Kakao Story

Credit

에디터
박수지(푸드스타일리스트)
사진박수지(푸드스타일리스트)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