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음식

그 많은 버려진 식재료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자투리, 쓰레기, 남겨진 것들을 소생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지구에서 가장 섹시한 요리사를 알고 있다. “제 피는 발사믹 식초고 근육은 파르미지아노예요.”라고 진지하게 말하며 그 어떤 모델보다 근사하게 구찌의 수트를 소화해내는 셰프라니!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의 마시모 보투라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2016년 1위, 2015년, 2017년 2위를 차지하며 명성을 굳건히 다진 스타 셰프다. 듬성듬성한 헤어스타일에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지만 묘하게 매력이 넘쳐 흐른다.

그가 요즘 벌이는 일은 지금까지의 행보와는 조금 다른 노선이다. 귀하고 값진 재료를 주로 손에 쥐던 최고의 셰프가 버려진 식재료에 눈을 돌렸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 맛과 퀄리티엔 문제가 없지만 상품성이 떨어진 식재료를 가지고 노숙자, 빈민들을 위해 요리하는 프로젝트에 본격 박차를 가했다. 시작은 2015년 밀라노 엑스포 기간에 맞춘 이벤트성 팝업 레스토랑이었지만 그의 ‘레페토리오(Refettorio, 수도원 식당이란 뜻)’는 올해 3월 파리에도 상륙을 앞두고 있다.

여기 마치 성서에 나올 법한 사례가 또 있다.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궁핍한 5천 명의 사람을 넉넉히 먹게 했다던 ‘오병이어’의 기적이 ‘Feeding The 5000’으로 계승됐다. 2009년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시작된 이 축제는 공장, 슈퍼마켓, 식당 등에서 버려진 식재료를 가져다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무심코 쓰레기통으로 던져지는 채소의 뿌리, 껍질, 줄기 등을 어떻게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공유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한다.

작년 서울혁신파크 맛동에서도 ‘제3의 식탁’이란 타이틀로, 버려졌지만 멀쩡한 ‘잉여 식재료’를 사용하는 팝업 레스토랑이 열렸다. 남겨진 것들의 유의미함, 버려진 것의 쓸모 있음은 201X년도 트렌드다. (나의 주장은 아니고) 2018년도 트렌드를 예측하는 바이올렛 색깔 책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가디언>지는 이미 2012년에 ‘Food’s Latest Hot Trend: Leftovers’라는 굵직한 제목을 뽑았다.

지난날을 파노라마처럼 회상해봤다. 왜 상추 꼭지는 꼭 떼고 먹어야 마음이 편한가? 왜 대파를 손에 쥐면 도대체 어디까지 먹어야 할지를 고민하며 1분간 묵념했는가? 양배추(혹은 양상추) 껍질을 벗기다가 언제 멈추어야 할지 몰라 결국 두어 장만 덩그러니 손에 쥔 경험은? 이승에서 남긴 음식을 모두 한꺼번에 비벼준다는 지옥에 떨어지면, 꽤 건강하고 균형 잡힌 ‘그린 디너 만찬’을 즐길지도 모를 일이다.(냉장고 속 그 많던 채소는 어디로 갔나?)

관 속에 들어갈 식재료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내는 건 주로 칼을 쥔 사람들이다. 매주 타인의 냉장고를 열고 요리를 만들어주는 토니유 셰프가 말했다.

“양배추나 브로콜리의 ‘심’이라고도 부르는 딱딱한 ‘대’는 버려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런 부분은 장기간 보관하기에 용이해서 장아찌를 담그면 좋습니다. 실제적으로 주방에서 버려지는 재료가 그렇게 많을 이유가 없어요. 뿌리는 뿌리대로 줄기는 줄기대로 조리법에 따라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습게도 스물다섯에 당근의 맛에 눈뜬(합정동 커피발전소에서 당근 주스를 마셨던 그날) 나는 최근에 당근 잎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마성의 당근 샐러드를 개발한 카데뜨의 김수아 푸드 디렉터가 말했다.

“당근 제철이 돌아오면 당근 잎을 샐러드에 넣어보고 싶어요. 당근 잎도 허브처럼 엄청난 향을 가지고 있거든요. 잎만 따로 떼어서 페스토 소스로 만들어도 매력적일 것 같아요.”

자투리 가죽이나 실크 등 버려질 수 있었던 재료들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창조한 에르메스의 ‘쁘띠 아쉬(petit h)’ 전시와 비슷한 장면은 주방에서도 벌어진다. 나는 셰프들이야말로 진정한 ‘에디터’라고 생각한다. 새우 한 마리, 버섯 한 조각도 이들의 영리한 ‘컷 & 페이스트(Cut & Paste)’를 거치면 ‘미뢰밭’이 된다. 컬렉션처럼 매 시즌 새로운 에피소드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스와니예의 이준 셰프가 말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쓰레기라고 불릴 수 있는 식재료가 있을까요? 주방에서 뭔가 버린다고 하면 그건 정말 접시에 올릴 수 없는 걸 의미해요. 그래서 저도 진짜 버려진 재료만으로 에피소드를 구성해보려다 포기했죠.(웃음) 예를 들어 새우 한 마리로 요리를 하면 새우 머리랑 껍질까지 오일로 뽑아서 사용합니다. 소나 돼지 부위를 손질하면서 지방을 추출하면 정제해서 가지고 있다가 스텝밀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하고요.”

주방에서 일반적으로 셰프들이 자주 사용하는 남은 재료 사용법은 이렇다.

“재료가 남으면 그걸 말린 다음 갈아서 파우더를 만들어두죠. 수분이 날아가면서 훨씬 농축된 맛을 뽑아낼 수 있어서 감칠맛을 내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새로운 방법은 아니고 이미 많은 셰프들이 하고 있는 방법이에요. 표고버섯 요리에도 머리만 사용하고 줄기는 파우더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레스토랑 무오키 박무현 셰프가 말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레시피에 대해 상상한 요리사도 있었다.

“불고기 소금 같은 거 어떨까요? 남은 자투리 고기를 양념에 재웠다가 튀겨서 말린 다음 가루로 만들어요. 거기에 소금을 섞어서 소고기를 찍어 먹는 거죠.”

우드 그릴 레스토랑 도마의 김봉수 셰프가 즉흥적으로 제안했다. 셰프의 ‘푸드 에디팅’이 버려진 음식 그리고 쓰레기란 단어를 무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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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Park Jaeyong
푸드 스타일링 김 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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