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코인의 시대

거품인가, 미래인가? 비트코인에 대한 공방이 연일 뜨겁다. 당신이 투자를 고민하든 않든, 정부가 규제를 하든 말든, 거스를 수 없는 미래가 이미 찾아왔다는 징후가 여기에 있다.

한때 코닥은 전 세계 필름시장의 주도권을 쥔 일인자였다. 하지만 이런 절대적 지위는 기업의 내부 혁신 역량을 갉아먹었고 그대로 안주하기를 부채질했다. 2001년 소니의 작고 앙증맞은 신제품 디지털 카메라가 대히트를 치면서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권좌에서 밀려난다. 실로 치욕이었다. 이후의 일은 아마 독자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코닥은 디지털 시장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지 못했다.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해놓고도 시장 이윤이 박약하다는 이유로 이를 홀대했다. 2007년 애플 아이폰에 장착된 작은 카메라 렌즈 하나에 코닥은 그로기 상태로 몰렸고 결국 2012년 1월 19일 미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코닥은 투자자의 뇌리에서 사라져버렸다. 지루한 구조조정의 시간을 거쳐 코닥은 이제 완전한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했다. 한번 익숙해진 체질은 실로 바꾸기 어렵다. 100년 넘게 시장을 무지막지하게 호령했던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DNA를 디지털로 변환시키는 데는 값지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코닥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것은 필자의 숨은 의도가 있어서다. 자, 조금만 더 파고들어가보자. 코닥이 새롭게 들고 나온 것은 가상공간에서의 플랫폼 비즈니스로 사진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구매자들을 코닥코인이라는 암호화폐로 묶는 형식이다. 코닥코인의 발행은 비트코인의 완결성을 대변하는 블록체인에 기반한다. 사진작가는 무분별하게 통용되던 작품의 지적재산권을 블록체인 기반의 코닥코인으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고 작품의 구매자에게는 특별한 작품을 고를 수 있는 기회와 혜택이 늘어난다. 구매자는 자신의 전자지갑에서 코닥코인을 통해 작품의 사용료를 저작권자에게 지불하고 사진작가는 코닥코인을 통해 거래에 수반된 디지털지적재산권이 블록체인 기록에 완전무결하게 등재됨으로써 작품의 무단도용과 남용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크립토커런시, 우리말로 암호화폐라 불리는 이 용어는 가상화폐라고도 불리나 정확한 명칭은 암호화폐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P2P(Peer to Peer) 방식으로, 암호로 거래의 안전성이 보장된다. 비트코인의 거래는 자신의 전자지갑에서 거래 상대방의 주소로 이를 이전하는 것으로 양 당사자가 거래한 기록은 블록체인에 보관된다. 모든 거래는 더미(블록)로 쌓이고 이 더미가 계속 연결된다고 해서 블록체인이라 부르고 있다. 암호를 풀 수 있는 공개키만이 거래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이는 오직 거래 당사자에게만 부여되며, 거래가 완결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블록체인은 오픈 베이스로 앞서 우리가 살펴본 코닥의 암호화폐 비즈니스 론칭과 같이 그 이용도가 다종다양하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거래는 나중에 모두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기록의 변조나 위조가 불가능하다. 부패한 정치인에게 거래와 결제의 수단으로 오로지 비트코인만 사용토록 강제한다면 거래된 모든 더미(블록)를 나중에 들여다볼 수 있을 테니 뇌물과 자금의 은닉, 탈세, 해외 도피 등 부정한 거래는 모두 만천하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을 결제해주는 비트페이, 코인베이스, 고 코인은 미국 소비자의 비트코인을 달러로 쉽게 변환해준다. 비트코인을 받는 상점이 늘어나면 소비자의 비트코인 사용 빈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어 결제 업체의 수수료 수입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실리콘밸리에서 막 투자 자금을 유치한 신생 스타트업 기업들은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 시장이 더 커질 것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태블릿, 스마트폰, PC 등 인터넷 가상 공간에서 암호화폐는 나, 거래 상대방, 암호화폐 결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결제 업체만으로 모든 거래가 종결된다. 기계는 감정도 없고, 웃돈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나의 신용도를 평가해 은행처럼 차등을 두지도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은 내가 거래 상대방을 모르더라도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을 통한 거래 방식을 선택한다면 거래의 완결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의 헤게모니를 쥔 중앙은행과 시중 은행, 정부의 막강한 권한이 암호화폐의 분권화된 시스템과 극도의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얘기다. 케냐의 비트페사(BitPesa)는 모바일 암호화폐 플랫폼을 제공해 은행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는 소외계층에 희망이 되고 있다. 가난하고 헐벗은 아프리카 한계계층에 기부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구호 단체들의 역할도 필수적이지만 이들에게 직접 금전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이미 열린 것이다. 지구촌 70억 인구 중에서 은행계좌를 갖지 못한 인구는 약 25억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암호화폐는 한 줄기 빛이나 마찬가지이다. 인터넷 가상공간은 공간의 소멸을 의미한다. 암호화폐는 국경을 빛의 속도로 넘나든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당신은 상대방에게, 또는 상대방으로부터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다.

4차산업은 표준화된 네트워크와 연결(Connectivity), 공유경제를 지향한다. 암호화폐도 그중 하나다. 암호화폐 거래에 암호란 거래의 익명성을 상징한다. 난수표와 유사한 숫자와 코드를 보고 누구인지 알기란 불가능하다. 해커의 공격, 테러리스트 불법자금 등 암호화폐를 둘러싼 시끄러운 잡음은 지엽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암호화폐가 출범하기 전, 사토시 나카모토가 2008년 10월 31일 블록체인을 전 세계에 공표하기 전에도 해커의 공격과 테러리스트의 불법자금은 성행했다. 글을 마치기 전에 한 가지 꼭 주의를 당부할 게 있다.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는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암호화폐도 그 종류만 이미 1천 개를 훌쩍 넘어섰다. 거래소는 해커의 파괴적 공격에, 대다수 암호화폐는 생존의 불확실성에 시달린다. 버블은 피할 수 없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철학을 갖지 않는다. 혼란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과 상처를 수반한다.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이 오해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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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 현민(경제 칼럼니스트)
사진 Getty Image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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