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시에 대한 작가 24인의 말말말

미술을 관람하고 취하는 여러 방식이 있다. 어떤 창작자들은 작업의 지속을 위해 관람자와 가까운 장을 짓기로 선택했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고 스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적인 공간에 들이는 일이 쉬워질수록 현대미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발걸음은 점점 가벼워진다.

작가

구슬모아당구장 <굿즈모아마트>의 참여 작가

Q1 예술품을 굿즈로 사고 파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Q2 이번 전시에 참여한 계기와 전시의 특성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Q3 최근 구입한 예술품이 있나?

변신 서울, 2018 ©502

502

A1 덕분에 예술품을 직접 구매, 수집하는 문화에 대한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고 생각한다. 예술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좋아지는 것 같아 긍정적이다. 이런 행위가 일상이 될수록 나도 좀 더 먹고살기 수월해질까? 특히 취미가에서 열리는 <취미관>의 작품들은 거대자본의 그것이 낼 수 없는 매력을 참 많이 갖고 있다.


어떻게, 2019 ©Young(02)

Young (02)

A3 장세희 작가의 네온 작품 ‘The Lovers – Woman’.


GOOD LUCK, 2016 ©순이지

순이지 Soon.easy

A2 내 작품을 봐주고 소비해주는 사람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참여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전시만큼 작가 고유의 성질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굿즈 제작에 어울릴 이미지 위주로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다.


‘Joe Hisaishi – Summer’ LP POSTER, 2018 ©기탁

기탁 Kitak

A3 예술품의 정의를 개인적으로 내렸을 때 빈티지 제품도 속한다. 최근에 조명과 하프카메라를 구매했다.


진짜 물개를 찾아라 : 달의 대화, 2018 ©김수아

김수아 Kim Sua

A1 가깝게 예술품을 살 수 있는 흐름은 작가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된다. 글이든, 그림이든 혼자만 보고 간직한다면 소용없다. 물론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창작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보는 관객이 있어야 그 창작물의 가치가 비로소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예술품이 다가가기 멀기만 하면 그 안에 깃든 의미나 생각을 전달하기 어렵다. 만드는 것은 작가의 몫이지만 해석과 가치의 판단은 관객의 몫이 아닐지.


Keep Golf Weird, 2018 ©김상인

김상인 Kim Sangin

A3 요즘 비즈빔에 빠져 있어서 조금씩 사 모으고 있다. 아 참 비즈빔(Visvim)은 토털 의류 브랜드다. 가끔 주변에서 “너는 왜 사지도 않을 거면서 매장에 들어가서 옷 구경을 하냐?”라는 질문을 하는데 갤러리 가듯 매장에서 디자이너의 철학과 결과물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구두 한쪽을 들어 이리저리 들여다보면 조각작품을 보는 것과 다름없다. 모든 상업 제품이 예술적이진 않듯 모든 예술품이 다 가치 있지는 않다. 신발이나 옷은 적어도 쓸모가 있지만 예술성 없는 캔버스 액자나 조각품은 무거운 천 쪼가리나 돌덩이에 지나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


it’s MAREY o’clock now!, 2018 ©mareykrap

Mareykrap

A3 지난가을 도쿄 츠타야 서점에서 데이비드 호크니, 프랜시스 베이컨, 가사이 가오루의 작품집과 로렌 다마키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잔뜩 들어간 마니페스토를 구입했다. 또 쿠사마 야요이와 무라카미 다카시의 소소한 굿즈와 에르베 튈레의 초상화가 그려진 목판 작품을 샀다.


Tropical Night, 2018 ©무궁화

무궁화 mugung.hwa

A2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생기는 추세지만, 보통은 전시라고 하면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는 일을 떠올린다. 이번 전시는 ‘굿즈’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 점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손그림을 다양한 소재에 접목하면 내 작품도 보는 이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구나 구슬 두 개 쯤은 품고 살잖아, 2018 ©스튜디오좋

스튜디오좋 Studio K110

A1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흐름이어서 기쁘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에서 어떤 새로운 사건 사고가 나타날지 기대된다. 머지 않은 미래에 다시 오더메이드 예술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여인과 초록의 방, 2017 ©민조킹

민조킹 Minzo.King

A3 데이비드 호크니의 석판화 포스터 석 점을 구매했다.


Girls in the beach, 2017 ©서인지

서인지 Inji Seo

A2 그림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굿즈 제작에 로망이 있었다. 그저 내 그림을 얹고 내가 만들고 싶던 것을 만들었는데도 누군가는 함께 좋아해주고 심지어 돈을 내고 사준다니, 그것보다 더한 애정 표현이 있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굿즈모아마트 참여는 취향에 대한 공개 구애인 셈이다. “당신과 좋아하는 것이 같은 사람이 여기, 나 있어요!” 하는 느낌으로 그림들이 걸려 있었으면 좋겠다.


너와 함께, 2018 ©드로잉메리

드로잉메리 drawingmary

A3 포스터나 책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품들은 자주 구입하는 편이다. 앞으로는 가격이 조금 있더라도 작가의 직접적인 작품을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주륵 / 주르륵, 2018 ©우주의날님

우주의날님 wujjuinalalnim

A1 평소 소위 예체능이라 불리는 카테고리 안에서 미술의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다. 관객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될 것이다.


리즈, 2018 ©임예지

임예지 Lim Yeagee

A2 현재 타투이스트로 활동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작품을 몸에 새김으로써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 예술을 지닌 채 살아간다든가, 혹은 사람의 몸에 새겨진 그림이 다른 예술 매체로 전시되어 예술을 보는 관객의 시선에 새로움을 부여한다든가 하는, 타투와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을 늘 생각하곤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타투가 여전히 예술보다는 기술적인 측면으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타투가 피부 너머로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이자 예술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Winter Madness, 2018 ©이일주

이일주 Ilju Lee

A3 하야시 세이이치의 책.


지구별 5도시, 2018 ©일이칠

일이칠 ileechill

A2 웹으로만 보여주던 내 작업물이 공간 속에 위트 있게 스며들어 생기를 띠게 만드는 것.


City girl, 2016 ©이슬아

이슬아 Yi Seula

A1 예술이 무거운 분위기의 화이트 큐브 전시장을 벗어나 조금 더 가볍고 재밌게 일상으로 속하는 부분이 늘어나면서 나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된다. 그만큼 사람들이 예술을 인식하는 태도도 높아지는 것 같고. 나처럼 다른 작가들도 자극을 받아 작업의 폭이 넓어짐을 느낀다. 그것을 구입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도 기대되고 흥미롭다.


Full Moon, 2018 ©이강훈

이강훈 Andy Khun

A2 굿즈는 작품과 제품 사이 어딘가 놓인 흥미로운 존재다. 몇 해 전부터 굿즈에 흥미를 느끼며 작년 봄 타이베이에서 있었던 개인전에서는 아예 거의 모든 작업을 굿즈의 형태로 제작, 전시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 역시 제품으로서의 용도보다 쓸모없지만 소유하고 싶은 어떤 것으로서의 굿즈를 고민했다. 여건상 많은 아이디어가 반영되지 못해서 아쉽지만 꽤 의미 있는 시도의 전시다.


Love If You Have Time, 2016 ©이해강

이해강 Hailhaillab

A1 우리는 예술품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무거운 느낌을 좀 더 친숙하고 익숙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Gorgeous, 2018 ©캐무

캐무 CAEMU

A1 예술품을 그저 눈으로만 보지 않고 손으로 만지고 구입할 수 있는 현상은 앞으로 작가와 관객 모두에게 다양한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달, 2018 ©황로우

황로우 Hwang Rowoo

A2 전시 구성, 기획상품 제작 등 1인 작가 홀로 실행하기 어렵던 부분을 실제로 구현하고, 작가 자신만의 시각과 취향으로 표현해온 작품이 기획 전시의 시각에서 재구성되었을 때 관객에게 신선한 결과물로서 보여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Neverland, 2018 ©최혜령

최혜령 Choi Haeryung

A3 전시를 보고 꼭 무언가를 사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에 대한 기억을 남기고 싶어하는 편이다. 구입자로서 최근 생겨난 접근성은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 반면에 작가로서는 엄청나게 다양하고 멋진 작품들 사이에서 어떻게 돋보일 수 있을까 항상 고민과 걱정이 밀려온다.


감기, 2018 ©연여인

연여인 Yeon Yeoin

A3 최근에 소중한 사람을 위해 닥터 수스의 그림책 <Oh, The Places You’ll Go!>를 구매했다. 깔끔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데에 그림책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딸기딸기딸기, 2015 ©손아용

손아용 Sonayong

A1 작업을 예술품으로 취급할 것인지 아니면 생활용품으로 취급할 것인지에 따라 값이 다르게 규정되는 점이 재미있다.

 

 

<굿즈모아마트 – GOODS IS GOOD>은 2월 23일부터 8월 25일까지 한남동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열린다.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타투이스트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는 국내 작가 35명의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디자인, 설치 등 약 2백여 점의 작품과 5백여 개의 굿즈를 선보인다.

※ 본 인터뷰에는 24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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