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쯔강을 품은 더 랄루 난징 호텔

조용하고 침착하며 평화로운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난징이라는 도시가 꽤나 마음에 들 것이다. 양쯔강을 품고 있는 더 랄루 난징(The Lalu Najing)은 난징의 멋을 진하게 응축해놓은 듯한 호텔이다.

긴 비행 시간이 점점 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요즘, 한두 시간 비행기를 타고 1박 2일이나 2박 3일의 일정으로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여행지에 자꾸 눈이 간다. 일본의 소도시들이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면 중국 곳곳에 있는 미지의 신세계들은 호방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곳저곳 누비며 맛보고 탐하고 사 들이는 것보다 그저 한량처럼 유유자적하며 도시가 품고 있는 정취를 즐기고 싶을 때 중국의 도시들이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지 얼마 안 됐다. 잘 모르고, 며칠 머문다고 해도 어차피 모를 것이고, 굳이 다 알아도 되지 않을 것 같은(며칠간의 방문으로 대륙을 이해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중국의 도시들은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난징이라는 도시에 호기심이 생긴 것은 인터넷상에서 본 세 장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우선 첫 번째 이미지는 난징에 있는 셴펑 서점이다.(셴펑 서점은 영국 BBC 선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수풀에 둘러싸인 군용 방공호를 개조하여 만든 지점도 멋지고(서점 내에 책을 읽을 수 있는 300개의 의자를 준비해둔 것도 가히 중국다운 스케일이다), 양쯔강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누각 위에 자리 잡은 지점도 시선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적당한 디자인 서적으로 채운 팬시한 서점과는 격이 다른, 풍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미지는 14만 평의 대지에 펼쳐진 시팡 아트 뮤지엄(Sifang Art Museum)이다. 스티븐 홀, 아이웨이웨이, 세지마 가즈오 & 니시지와 루에, 왕슈, 데이비드 아디아예, 듀오 만실라 등의 저명한 아티스트, 디자이너, 건축가들이 참여하여 10년째 지속 중인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곧 완성된다고 하니 몸이 당길 수밖에 없다.(그러나 서울에서 난징까지 2시간이면 가지만 난징 공항에서 시팡 아트 파크까지는 4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 것. 이곳은 대륙이다.) 

그리고 난징에 가고 싶어진 세 번째 계기가 된 곳이 바로 올해 오픈한 더 랄루 난징 호텔이다. 바다 뷰, 논 뷰, 랜드스케이프 뷰 등 세상에는 각종 아름다운 뷰를 자랑하는 호텔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미동 없이 잔잔한 양쯔강을 품고 있는 랄루 난징 호텔의 화려하지 않은 통창이 오래된 중국 명화의 액자 프레임처럼 우아하게 느껴졌다.(이것도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인지도 모른다.) 랄루 난징 호텔에 도착해서 실제로 본 양쯔강의 전망은 정성 들여 우려낸 좋은 차를 한 잔 마신 것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효능이 있었다. 10m가 넘는 통창을 중심으로 깔끔하게 디자인된 더 랄루 난징 객실의 주인공은 오로지 양쯔강이다. 전 객실에서 심심한 듯 고요한 풍경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더 랄루 난징 호텔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호텔 측은 이를 ‘레저 엘레강스(Leisure Elegance)’라고 표현했는데, 꽤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대만의 일월담 지역에 처음 오픈한 랄루 호텔은 원래 중국의 유명한 정치인이었던 장제스가 반평생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중국에는 칭다오와 난징에 있다. 대만의 호수, 칭다오의 바다, 난징의 양쯔강을 따라 지어진 이 호텔은 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국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풍수가 좋은 터일 것이다. 건축과 인테리어 컨셉트는 중국 옛 고대 왕궁으로, 물과 대나무로 꾸며진 웅장한 로비를 둘러보다 보니 중국 전통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바닥재와 유리, 빛의 굴절까지 계산해 좋은 기를 받아들이게끔 설계했다는 랄루 난징 호텔의 건축물은 크게 의미가 있는 세 가지의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 석회암은 흔들리지 않는 고대 도시의 벽을 보여주며, 황금은 고대 금박의 장인정신을 나타내고, 호두나무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로비에는 난징에서 생산되는 청자를 이용한 악기와(악사들이 환영의 의미로 이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난징의 시화인 매화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자국의 문화에 대한 애정과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호텔이다. 

이곳에 머무는 짧은 일정 동안 거의 모든 식사를 호텔에서 했다.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끝없이 펼쳐지는 중국 음식과 유명한 대만식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호텔 내에 준비되어 있어서 2박 3일 정도의 일정은 문제 없이 호텔에 틀어박힐 수 있다. 레스토랑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머무는 방에 들어가면 언제나 차를 즐길 수 있는 다도 세트가 준비되어 있다. 다도는 이 호텔, 난징이라는 도시, 나아가 중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멋을 가장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수단이다. 한 잔의 차에 모든 품위가 응축되어 있다. 랄루 난징에 머무는 동안 다도를 배워볼 수도 있다. 스노클링나 스파, 쿠킹 클래스 대신 서예, 분향, 다도, 꽃꽃이 등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곳에 머무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20대에 왔으면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 침착한 즐거움이 30대 중반이 된 지금의 나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편안하게 다가왔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미슐랭 별이 달린 맛집을 찾아볼까, 쇼핑 센터에서 무언가를 사볼까, 하다 못해 양쯔강에서 뱃놀이를 해볼까 하는 생각들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동양화와 같은 호텔에서 좀 더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좀 더 적극적인 방문자라면 아이리스 장의 작품 <난징 대학살>을 들고 난징의 비극적인 역사를 들여다볼 수도 있을 것이고, 중국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라는 난징의 청결한 시내를 걸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호텔에서 그저 좋은 차를 한 잔 마시는 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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