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진보적인 러브스토리 EP.2

동성 결혼을 선포하고 개방 결혼을 선택한 여자들. 세상을 앞서간 그녀들의 특별한 관계에 대하여.

조디 포스터-동성결혼을 선포하다

코퍼톤 선 크림 유아 모델, 아역배우로 시작, 이제는 감독이란 수식이 더 익숙한 지성파 배우 조디 포스터는 레즈비언이다. 1998년과 2001년 두 아이를 낳았으나 아버지를 밝히거나 남성과 공식석상에 등장한 적이 없다. 정자 공여를 받아 인공수정으로 낳았으리란 추측이 떠돌 뿐이다. 비공식적 커밍아웃은 여러 차례 했고 레즈비언이란 소문이 무성해서 그는 유리 옷장(glass closet)의 표상 같은 성소수자 배우였다.

공식적 커밍아웃은 2013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세실 B 데밀상(Cecil B DeMille Award)’ 수상소감으로 우아하면서도 진솔하게 이루어졌다. 1993년부터 2008년까지 함께 한 영화제작자이자 전 동성 파트너 시드니 버나드에겐 “영웅적인 아이들의 공동 양육자, 사랑으로 충만한 전 파트너, 이젠 진정한 영혼의 자매”라며 경의를 표했다. 일 년 후 포스터는 사진 작가이자 배우인 알렉산드라 헤디슨과 웨딩마치를 울렸다. 그는 유명 토크쇼 진행자 엘렌 드제너러스의 전 연인이기도 하다.

피비 파일로-일과 가정이 공존하는 스타일

스텔라 매카트니의 디자인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클로에 신화를 일으키고, 셀린느에 생명을 불어넣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05년과 2010년 영국 패션 협회의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상, 2011년 CDFG ‘올해의 국제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간결하면서도 우아하고, 결코 지루하지 않은 피비 파일로의 컬렉션에선 삶의 철학이 엿보인다. 일할 때도, 산책할 때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도 자연스러운 스타일 말이다.

Photo by Michel Dufour/WireImage

2004년, 그는 치열하게 일하면서 갤러리스트 맥스 위그램과 결혼했고 첫아이를 낳았다. 클로에 매출을 60% 끌어올렸고 디자이너로서 우뚝 섰지만 영국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아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10년 만에 떠나기로 한다. 이후 가족에게 돌아가 둘째를 낳았고 2008년 셀린느와 계약하면서는 집이 있는 런던에서 일할 수 있을 것,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컬렉션을 만들 수 있을 것을 요구했다. 그것들이 관철돼 2012년 셋째를 낳으면서도 일과 가정에 충실할 수 있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 그리고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로서 말이다.

바네사 벨과 언니 버지니아 울프

바네사 벨-개방 결혼을 실천하다

화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20세기 초 영국 지성의 산실이었던 사교모임 ‘블룸즈버리 그룹(Bloomsbury Group)’을 조직한 당대의 지식인 바네사 벨.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친언니로도 유명하다. 부모가 사망하고 의붓 형제들과의 불화가 일자 친남매인 버지니아와 토비, 애드리언과 블룸즈버리로 이사한 것이 모임의 시초가 되었다. 예술가, 작가, 지식인 친구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일상을 향유하던 중 일원인 클라이브 벨(Clive Bell)과 결혼한다.

버지니아 울프, 딸인 안젤리카 그랜트, 시빌 벨 등 가족들과 함께.

그들의 결혼은 시몬느 드 보봐르와 사르트르의 계약결혼과 흡사해 보이지만 법적 결혼인 동시에 서로의 다자간 연애를 허용하는 개방결혼(open marriage)이었다. 부부는 아이를 둘 낳으면서도 서로 연인을 두었다. 1913년 바네사는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오메가 공방(Omega Workshops)의 책임자가 되었고 동료인 던컨 그랜트(Duncan Grant)와의 사이에서 셋째 안젤리카를 낳은 후 40년간 함께 살았다. (던컨 그랜트는 퀴어로 데이빗 가넷 등 동성 연인이 있었다.)

법적 남편인 클라이브 벨이 안젤리카를 호적에 올리고 아버지 노릇을 했기 때문에 딸은 19세가 되어서야 친아버지가 던컨 그랜트란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또한 버지니아는 육아에 빠진 언니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형부와 미묘한 관계를 연출했다. 지적 유대로 얽힌 블룸즈베리 그룹은 비슷한 지역에 살며 너무나 가까이 교류해서인지 안젤리카는 후에 친아버지의 전 연인인 가넷과 결혼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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