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에티켓

일상 속에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애티튜드는?

패션과 예술, 사람을 대할 때의 미묘한 애티튜드의 차이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 짓는다는 믿음은 흔들린 적이 없다. 1920~1930년경 상류사회에서 유행했던 손바닥만 한 에티켓북은 삶의 모든 면에서 우아해지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인 동시에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수면 아래에만 존재하던 시대의 엄격한 코르셋이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한 에티켓북은 다르게 쓰일 수밖에 없다. 당당한 만큼 우아하고, 예민한 만큼 섬세하며, 자발적 강박으로 일상을 촘촘하게 직조해나가는 현대 여성들을 위한 에티켓북.


 

 

에티켓 - 하퍼스 바자

비행기에서 잠을 청할 때

창가 좌석에 앉았다면, 미리 화장실 사용 시간을 계획한다. 옆 사람이 깊은 잠이 들기 전인 이륙 직후나 자던 사람도 대체로 깨어나기 마련인 식사 시간 전후를 이용한다. 반대로 복도 좌석에 앉은 경우, 자칫하면 화장실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 창가 좌석 사람을 최대한 배려한다. 다만 당신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뻔질나게 드나드는 사람을 향해서는 냉소를 보내도 좋다. 질 좋은 양말과 수면제, 민트를 준비하는 일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끔찍한 형벌 중 하나인 장시간의 비행을 견디는 데 도움을 준다. 몸을 직각으로 굳어버리게 하는 이코노미석의 등받이를 뒤로 젖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영화를 보거나 식사를 하는 뒷자리 사람이 놀라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조금씩 젖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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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먹으라는 권유

조선시대 외국인의 기록에는 “조선인들은 늘 뭔가를 먹고 있다. 그리고 마주칠 때마다 이리 와서 먹는 것을 거들라고 한다.”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현대의 유튜브에도 “한국인들은 늘 양념치킨을 먹이려고 해요.”라고 호소하는 외국인들이 넘쳐난다. 좀 더 먹으라는 권유는 21세기에는 정이 아니라 부담으로 다가온다. 상대방이 예약한 레스토랑의 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아서, 어려운 사람과의 식사여서, 가벼운 다이어트 중이어서 등등 속시원하게 이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릇을 깨끗이 비우지 못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그러니 좀 더 먹으라고 채근하는 대신 모르는 척해주는 것이 세련된 매너다. 또한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했을 때는 1인분의 양을 조금 적은 듯이 담을 것. 게스트로 하여금 접시를 깨끗이 비우고 음식을 좀 더 달라고 청하는 것으로 당신의 요리에 대한 찬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홈메이드 파스타와 관련된 곤혹스러운 기억이 당신에게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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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켓 - 하퍼스 바자

요가원에서

지각하면 안 된다. 누구도 낙타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들어오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휴대폰은 라커에 넣어둔다. 땀 나는 발로 다른 사람의 매트를 밟지 않도록 주의한다. 요가에 완전히 몰입한 누군가의 호흡 소리가 아무리 괴상하더라도 킥킥대지 않는다. 타인의 몸을 관찰하는 대신에 자신의 몸을 관찰한다. 완전한 휴식을 취하며 수련을 마무리하는 사바사나 도중에 뛰쳐 나간다면 진정한 요가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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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켓 - 하퍼스 바자

레스토랑에서

우아한 여성들은 캐주얼한 식당에서든 격식 있는 레스토랑에서든 한결같이 자연스럽다는 공통점이 있다. 생경한 식재료에 호기심을 느끼고 음식을 제대로 먹는 방법을 거리낌없이 물어본다.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대화를 나눈다. 인기 많은 식당의 경우 대개 예약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결코 요즘에 기승을 부리는 ‘노쇼족’에 합류해서는 안 된다. 피치 못할 상황으로 가지 못하게 되면 최대한 빨리 식당에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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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켓 - 하퍼스 바자

갤러리에서

미술품 감상만큼 사적인 영역을 필요로 하는 일이 있을까? 북적이는 갤러리에서 한 뼘 크기의 내적 공간을 확보했을 때, 작품 앞에 선 의미가 생긴다. 따라서 동행인에게 각자 시간을 보낸 후 만나자고 말하는 것도 사려 깊은 제안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 작품 앞에서 “이런 건 나도 하겠다”는 말을 탄식처럼 흘리지 않는다. 영상작품 앞에 놓인 카우치에서 숙면에 빠져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찰칵’거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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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켓 - 하퍼스 바자

도시에서 운전을 할 때

우아한 여성은 운전을 하면서 욕을 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순간에 본능적으로 센소리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차가 아닌 사람을 향해 클랙슨을 울리지 않는다. 다만 가로수길과 같이 태평한 무법자들이 넘쳐나는 거리에서는 어쩔 수 없다.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발렛 주차 서비스를 해주는 이들은 경이로운 존재다. 언제나 예의와 현금을 갖춘다. 길거리에서 우아하지 못한 자세로 차의 사이드 미러에 얼굴을 비춰 보지 않는다. 당신은 대체로 아름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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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켓 - 하퍼스 바자

유명인과 마주쳤을 때

레스토랑에서 유명인을 만났을 때, 스무 살이 넘어서부터는 사인을 해달라고 해선 안 된다.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당신과 마찬가지로 편한 사람과 식사 중인 유명인에게 ‘얼굴을 안다는 이유만으로’ 불쑥 다가가 말을 건네는 건 실례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말하는 것은 재앙이다. 겉으로는 웃더라도 속으로는 결코 웃고 있지 않을 것이다. 엘리베이터와 같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있게 됐을 때, “그 작품, 재밌게 봤습니다.”라는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정도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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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켓 - 하퍼스 바자

산책하다 귀여운 강아지를 만날 때

우연히 마주친 귀여운 강아지를 쓰다듬어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산책 한번 하는 것이 고역인 내성적인 애견인과 처음 보는 인간이 두려울 강아지의 기분을 헤아려보자. 면역력이 낮은 아기라고 생각하면 쉽다. 처음 보는 강아지에게 손을 뻗어 거칠게 애정 표현을 하지 말 것. 물론 내키는 대로 음식을 주는 것도 안 된다. 지구에 존재하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생명체에 대한 호감을 표하고 싶다면, 그저 조용히 미소 짓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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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켓 - 하퍼스 바자

셀피를 찍을 때

함께 사진을 찍자는 제안은 루스한 모임의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자신만 잘 나온 사진을 올리는 것은 우아한 여성이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그날 찍은 사진을 모두 전송하는 사소한 일에도 상처 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SNS에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 전에는 당사자에게 가볍게 물어보고, 누군가의 자존감이 심하게 훼손될 사진은 알아서 삭제하거나 본인에게만 보내준다.

 

 

햄버거를 우아하게 먹는 법

망설이지 말고 거침없이, 그러나 어떤 트집도 잡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나이프와 포크 따위를 쓰지 않고 햄버거를 먹어치우는 일은 당신을 돋보이게 한다. 눈 앞에 있는 상대에게 압도되거나 긴장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동일한 법칙을 서브웨이 샌드위치에도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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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Kim Raeyoung
일러스트Yoo Seung 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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