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니스의 윈저 호텔

드로잉이 복도를 수놓고, 비디오 설치작품이 방 안을 채우며, 거대한 조각작품이 정원을 장악하고 있다. 예술로 충만한 프랑스의 호텔들로 당신을 초대한다.

Hôtel Windsor Nice
윈저 호텔

Add 11 Rue Dalpozzo 06000 Nice
Tel +33 (0)4 93 88 59 35
www.hotelwindsornice.com

니스에 위치한 윈저 호텔의 디렉터인 오딜 레돌피(Odile Redolfi)를 만난 것은 이 도시에 아틀리에를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 모야(Moya)의 작업실을 찾으면서였다. 모야는 현재 니스의 새로운 미술관인 갤러리 림피아(Galerie Lympia)에서 회고전을 열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전시를 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는 부산의 레디움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새로운 아티스트를 만나고 그의 아틀리에를 방문하여 그들의 세계를 알아가는 것은 오딜의 일상사였다. “그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알아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윈저에 초대하여 호텔방에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작가 중 한 명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니스의 아름다운 햇살을 즐길 수 있는 나무들이 가득한 정원.

레돌피의 윈저 호텔은 1989년부터 그의 삼촌이 하던 것을 2004년에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30년 동안 일 년에 방 하나를 아티스트에게 자유재량을 주어 그 방을 그야말로 그 작가의 세계로 만들었다. 윈저 호텔에 작품 방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은 벤(Ben), 클로드 뤼토(Claude Rutault), 펠리스 바리니(Felice Varini), 마튀 메르시에(Mattieu Mercier), 최정화 등으로 현대미술계에 이름을 떨친 작가들이다. 윈저에 묵는 투숙객은 작가들이 고안해낸 작품 안에서 생활을 한다. 현재는 55개 방 중에 31개가 데커레이션되어 있고 나머지 방들은 레돌피가 작가를 섭외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엘리베이터에 타면 로켓이 출발하는 것을 재현한 듯한 카운트다운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장 르 각이 노란색과 파란색의 스테인드 글라스, 그리고 니스의 태양을 사용하여 만든 방.

레돌피는 우리에게 여러 방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로 장 르 각(Jean Le Gac) 은 노란색과 파란색의 스테인드글라스와 니스의 태양을 사용하여 방을 만들었는데, 하루 종일 해가 움직이며 천천히 바뀌어가는 방 안의 모습은 매 순간 아름다웠다. 데생을 가르치는 선생이었던 그는 1960년대를 지배하던 성향의 커리어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의 첫 작품 ‘산책, 우편으로 보냄’은 그가 1966년부터 알았던 크리스티앙 볼탄스키(Christian Boltanski)처럼 소외되어 있었다. 문학에 깊은 열정을 느끼던 그는 조잡한 스케치북에 자기 인생의 문제나 회의 등을 나타낸 암시적인 사진이나 글을 보여주는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스위스의 유명한 큐레이터 헤럴드 제만이 그의 내레이션 아트(글, 그림, 사진 등을 이용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식으로 표현되었다)를 볼탄스키와 함께 제5회 카셀 도큐멘타에 소개하면서 점차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그는 타자기, 사진기, 영화 프로젝터를 이용한 여러 가지 테크닉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해왔다.

윈저 호텔의 바.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와 날아다니는 병을 재현해 놓은 작품이 재미있다.

조각가이자 라이트 아티스트인 프랑수아 모레예(François Morellet)의 햇살방은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는 도시인 니스의 모습을 미니멀하게 라인으로 형상화한 방이다. 2016년에 작고한 모레예는 기하학적인 추상미술, 미니멀 미술, 개념미술에 한 획을 그은 작가이다. “그는 프란시스코 소브리노(Francisco Sobrino), 오라시오 가르시아 로시(Horatio Garcia-Rossi) 등과 ‘GRAV’라는 그룹을 만들어 활동했습니다. 네온 튜브, 천, 테이프 등 여러 자재를 작품에 이용했죠.”

이런 거장들의 작품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윈저 호텔이지만 특히 요즘 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문화 이벤트 중에는 오브니(OVNi – Objectif Vidéo Nice, 니스 비디오 페스티벌이지만 OVNI는 또한 UFO의 불어이기도 하다)를 꼽을 수 있다. 오브니는 2015년에 처음 만들어졌는데, 비디오 아트와 컨템퍼러리 아트의 이벤트를 통해 코트 다쥐르(프랑스 남동부 해안 지역. 니스, 망통, 칸 등지) 지역의 창작을 장려하기 위한 단체다.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을 초대하는 이 프로젝트는, 니스의 호텔방, 문화관 또는 미술관 등 모든 장소에 비디오 아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아트 비디오계에서 상징적인 존재인 피에릭 소랑의 홀로그램 작품.

지난해 11월 26일에는 <카메라 카메라>라는 제목으로 서울, 뉴욕, 파리 등 전 세계에서 초대받은 아티스트들이 윈저 호텔의 31개 방과 로비, 가든에 비디오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렸다. 관람객들은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며 초대된 작가들의 비디오 작품이나 혹은 30년에 걸쳐 여러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믹스된 풍경, 결국엔 그 둘이 합쳐서 이루어진 설치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지난 전시에 보여졌던 작품들 가운데 일부는 현재 윈저 호텔 로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비디오 아트계에서 상징적인 존재인 피에릭 소랑(Pierrick Sorin)의 작품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변장, 코미디나 뮤직홀의 소품을 이용하여 자기자신을 소재로 하거나 여러 가상의 인물로 만들어낸 환상적이고 유머러스한 작품을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 속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기능을 하는지 아티스트의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묻는 아이러니를 놓칠 수 없다. 그의 코믹한 작품은 빈티지스러운 레코딩 플레이어 위에 놓여 있다. 또한 퐁테브로 수도원에서도 만났던 베르트랑 가덴의 다른 작품 ‘가재’도 볼 수 있는데, 첫인상은 코믹할 수 있는 이 엉뚱한 영상은 사실 굉장히 극적인 작품으로서 가재가 몸을 뒤집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개체로서 생존이 달린 전쟁을 나타낸 작품이다.

“2018년 11월 마지막 주말에는 작년보다 더 많은 수의 갤러리를 초대할 예정이고 또한 젊은 작가들에게도 그들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윈저 호텔뿐 아니라 이 지역 다른 호텔에서도 비디오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에요. 툴루즈 출신 아티스트들이 피렌체 그랑 호텔에, 서울에서 온 토털 뮤지엄 팀이 리볼리 호텔에 자리를 잡기로 되어 있죠. 기대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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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 승연(파리 통신원)
출처
47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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