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가 탄생한, 알프스

푸른 초원과 나무가 무성한 오솔길. 프랑스 알프스의 몽블랑 산비탈에서 문학계 거장의 발자취를 따라 평화롭게 걸으며 누린 즐거움.

A BREATH
OF
FRESH AIR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의 열정적인 독자라면 이곳을 여행하기 훨씬 전부터 이 장소와 사랑에 빠졌을 수도 있다. 나 또한 알프스의 여름에 환상을 품었었다. 어렸을 적엔 하이디와 함께 ‘금빛 햇살을 흠뻑 받고, 신선한 공기를 마셨던’ 할아버지의 산장을 둘러싼 꽃무늬 초원에서 뛰어노는 꿈을 꾸곤 했다. 학부 시절 낭만주의 시인들에 대해 연구하러 왔을 때는 시인 바이런이 “몽블랑은 산의 군주다/오래전에 그는 왕위에 올랐다/구름을 입고 바위의 왕좌에 앉아/눈의 왕관을 썼다…”라며 몽블랑의 장엄함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상상을 했다. 1816년 여름 바이런과 함께 알프스 산맥 순례 여행을 했던 시인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도 비슷한 영감을 받았다(“저기, 훨씬 위에, 무한한 하늘을 꿰뚫고/몽블랑이 나타났다, 여전히, 눈이 고요히 내린다…”). 그의 아내 메리 셸리(Mary Shelley) 또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인 이 장엄한 배경을 바탕으로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주요 장면을 묘사해내곤 했다.

 

남편(프랑켄슈타인의 괴물보다는 사랑스러운 여행 동반자 그리고 바이런 경보다 멜로드라마를 덜 좋아하는) 필립과 함께 이렇게 드라마틱한 지형을 발견하는 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 스키와 동계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편이지만 내가 8월에 알프스에 가고 싶어하자 놀라워했다. 그러나 1920년대에 로스차일드(Rothschild) 가문이 구상한 메제브(Megève)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순식간에 매료되고 말았다. 우리는 몽 다르보아(Mont d’Arbois) 비탈에 둥지를 틀고 있는 마을 바로 위에 위치한 새로운 포시즌스 호텔에 머물렀다. 최근 지어진 건물이지만 부드럽게 잘 말린 목재와 놀랄 만한 작품 컬렉션, 그리고 안락해 보이는 인테리어 덕분에 마치 유서 있는 호텔처럼 느껴졌다.

 

포시즌스 호텔의 호화로운 수영장, 최고급 스파, 그리고 특급 레스토랑(프랑스 최고의 와인 저장고 중 하나다) 덕에 머무르는 동안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테라스의 멋진 경치 또한 여유를 한껏 느끼게 해줬다. 그러나 몽블랑은 우리를 유혹하듯 불렀고, 호텔에서는 봉우리의 멋진 경치까지 바로 이어지는 길도 있었다. 어린 소녀였던 하이디도 험한 바위를 탔는데, 나라고 왜 못하겠는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힘든 등산 도중 숨을 고르기 위해 쉴 때엔 어린 시절에 느꼈던 하이디의 용기가 떠올랐다. 정상에 섰을 때는 숨을 마저 고르기도 전에 몽블랑의 풍경에 압도되어버렸다. 상상했던 것보다 장관이었고, 낭만주의 시에서 표현된 모습보다도 더 웅장했다. 몽 다르보아 정상의 공기는 수정처럼 맑았고, 하늘도 초원 아래에 핀 야생용담화처럼 새파랬다. 그 너머 보이는 눈 덮인 봉우리에서는 햇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포시즌스 호텔이 메제브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반면에(혹은 자전거로 이동도 가능하다)에 두 번째로 묵었던 레 페름 드 마리(Les Fermes de Marie) 호텔은 마을 중심가에 더 가까우면서도 조용하고 아름답게 장식된 큰 정원에 둘러싸여 있었다. 어른이 된 하이디라면 두 곳 모두 집처럼 편안히 느꼈겠지만 레 페름 드 마리가 더 전통적이고, 소박한 나무로 된 샬레(스위스 산간 지방의 지붕이 뾰족한 목조 주택)가 모인 작은 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헛간을 개조한 이 건물은 커다란 통나무 난로로 난방되는 중앙 식당을 갖추고 있으며 정성스러운 서비스로 먹음직한 향토 요리와 향긋한 음식을 제공한다. 어느 숙소에 묵든 확실한 사실은 메제브를 신비롭게 만드는 것은 바로 산이라는 사실이다. 여행을 마치고 난 지금 어떤 산을 보아도 알프스가 내게 다시 돌아오라고 재촉하는 듯 하다.

 

 


※포시즌스 호텔 메제브(www.fourseasons.com/megeve)는 1박당 약 £550부터. 레 페름 드 마리(조식 제공, www.fermesdemarie.com)는 1박당 약 £290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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