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집

환상과 망상만이 가득한 ‘내 집 마련’이라는 꿈. 최소한의 집에서 살고 싶은 어느 몽상가의 미래 계획에 대하여.

미국에 본사가 있는 이스케이프 비스타(Escape Vista)는 이동할 수 있는 작은 오두막을 판매한다. 내부 인테리어가 미니멀하지만 알차게 구성되어 있고 가격은 약 4만 달러 정도.

30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며,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꽤나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주거를 경험했다. 고층 아파트, 연립주택, 독채, 셰어하우스, 리빙텔 그리고 30평 이상부터 4평 정도의 아주 작은 사이즈까지. 그러면서 꿈꾸게 된 미래 계획이 있다면 가능한 도시에서 멀어진 대지에 작은 집을 짓고 혼자 살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가을 <공동의 이름, 공동의 몸>이란 현수막이 내걸린 일민미술관에 무심코 들어갔는데 눈길이 가는 그림 하나가 있었다. ‘7.5 최소한의 집’ 설계 도면 옆에 놓인 책자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둔촌주공아파트의 7.5평은 정말 낡고 오래된 작은 집이다. 지금 만들어진 깨끗한 ‘올수리’, ‘풀옵션’ 원룸에 익숙한 눈으로 바라본다면 뭐가 좋다는 건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집의 구조를 차분히 살펴보면 가난한 공무원을 위해 작은 집을 만들면서도 ‘살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가을까지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는 레클레트(l’Escalette) 조각 & 건축 공원에서는 를 타이틀로 미래의 스몰하우스 대해 화두를 던지는 전시가 열렸다.

에코캡슐의 실제 사이즈는 길이 4.6m, 너비 2m, 높이 2.5m로, 본체는 스틸 프레임 위에 섬유 유리를 덮어서 만들었다. 보온, 냉방, 환기 모두 원활하게 이루어지며 스마트 홈 시스템과 센서가 설치되어 있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모든 시스템을 통제하고 모니터링한다.

그때부터 ‘최소한의 집’이란 단어가 이상하게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마이크로 하우스’라는 키워드로 구글링을 해서 살아보고 싶은 집들을 검색했다. 그중 몇 곳에 메일을 보내봤다. 신속하게 위스트랜스퍼로 새벽녘에 사진이 도착했다. 22세기에서 건너왔을 법한 에코캡슐(Ecocapsule)은 태양과 수력 에너지를 활용한 자생가능한 마이크로 홈이다. 타원형 모양은 빗물과 이슬을 최대한 많이 수집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이다. 저장된 물은 필터 시스템을 통해 먹을 수 있는 물로 바꾸어준다. 효율적인 단열 시스템으로 따뜻하기까지 하다. 대자연 속에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과학자나 탐험가들에게 제격이지만 루프 톱이나 틈새 공간에 두면 꽤나 근사한 스튜디오로 변신할 것 같다.

‘H3T Architekti’에서 건축한 블랙 플라잉 하우스는 체코 보헤미아에 위치해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본 최고의 틈새 사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톱니바퀴처럼 꼭 들어맞는 매트리스를 끼워두고 세상 포근하게 숙면을 취하던 파리의 홈리스였다. 그 장면을 능가하는 집을 하나 발견했는데, 일명 ‘블랙 플라잉 하우스’다. 어느 산속 공중에 매달린 이 검은 집은 사다리 사용법과 고소공포증만 극복할 수 있다면 꽤 문학적이며 영감을 줄 수 있는 집이라고 생각하며 폴더를 닫았다. 그 다음 도착한 집은 아지트라는 뜻의 오두막 ‘쿠드바(Kudhva)’다. 이 공간을 디자인한 벤 허긴스(Ben Huggins)의 말이다. “나는 다이빙 대나 심판 의자처럼 높은 곳에 위치한 공간에 대해 매력을 느껴왔다. 2016년에 사다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숲을 돌아다녔고 나무 너머로 좋은 전망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대자연 속에서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집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 쿠드바의 샘플은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에 있는 콘월에 위치해 있다.(가격은 4만 파운드, 단 딜리버리와 설치 비용은 불포함.)

콘월에 위치한 쿠드바는 렌트 개념으로 숙박 가능하다.

무인양품의 오두막, 허트는 내부 벽을 히노키로 만들었고 장방형의 창문을 크게 냈다.

마이크로, 타이니, 심플, 캡슐, 리틀, 미니, 스몰 하우스. 부르는 단어도 전 세계 제각각이지만 결국 집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보고자 하는 시도로서 이미 예전부터 ‘작은 집’을 주장하는 무리는 있어왔다. 스몰하우스 운동에 불을 지핀 이는 제이 셰퍼(Jay Shaper)라는 인물이다. 대학교수였던 그는 돌연 사직을 하고 1999년 첫 번째 작은 집을 지었다. 그가 지은 집의 크기는 10제곱미터 정도. 그 안에 부엌, 욕실, 침실, 그리고 그레이트 룸이라 부르는 만능의 공간을 배치했다. 이 좁디좁은 방이 고시원과 다른 점이라면, 자연광이 잘 들고 나무의 질감을 볼 수 있으며 삼각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다는 것. 최근 무인양품이 만든 허트(HUT)라는 작은 집은 “차가 아니라 오두막이 갖고 싶다”는 밀레니얼 세대의 외침에 대한 답변이다. 허트는 실내 넓이 9평, 툇마루 3평으로 이루어진 콤팩트한 공간으로 현재 판매 가격은 약 3백만 엔. 방범 유리창, 전원 콘센트, 단열재는 옵션이며 가격이 추가된다. 무인양품은 11월 3일부터 유라쿠초 지점에서 주문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한 일본 네티즌의 반응이 갈린다. 하나 사서 스튜디오나 아틀리에로 쓰고 싶다는 낭만파부터 소재는 깐깐하게 골랐지만 품질도 가격도 과잉으로 보인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다. 현재 무인양품이 만든 집을 건축 가능한 지역은 관동 인근의 1도 8현이지만 앞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홍보 담당자는 “아직 해외에서의 판매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군마현 캠핑장에 설치해둔 일종의 모델하우스에서 체험은 가능하다.(비용은 1만8천 엔으로 4명까지 이용 가능.)

바르셀로나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인텐타(In-Tenta)가 선보인 드롭박스(DROP-box)는 자연 생태계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된 포터블 호텔이다. 산이나 강가의 외딴곳에 설치하면 커다란 유리창으로 자연을 조망할 수 있어 고독한 은둔자들에게 적합한 공간이다.

드롭박스(DROP-box)의 전체적인 외관은 나무로 지어졌으며 아늑한 내부 공간에서는 욕실도 갖추고 있다. 문 너머의 세상과 내부의 경계가 한 발자국 차이로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프리홈은 에어비앤비의 예약 시스템을 통해서 체험해볼 수 있다. 제주도의 태국 식당 반양에서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 프리홈의 가장 작은 집은 용수리에 위치해 있다.

경기도 광주에도 한국판 스몰하우스를 체험해볼 수 있는 프리홈이 있다. 건축 원리와 구조가 장난감 레고 같은 이집은 누구든 나무로 조립해서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크기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집 자체를 통째로 판매도 한다. 10평 남짓의 작은 사이즈 공간에 주방, 거실, 침실, 화장실이 오밀조밀 붙어 있고 원격 조정을 통해 집 안의 보안과 내부의 온도를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트랜스포머처럼 서랍을 열어야 가스 버너가 나오고, 소파를 펴야 침대가 등장한다. 집의 가격은 5천만원 선. 작년에 론칭한 프리홈은 지금까지 얼마나 팔렸을까? “여덟 채 정도 팔았는데, 대부분 집을 사서 독채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죠. 강원도 속초, 고성, 제주도 바다 바로 앞에도 있습니다.” 프리홈의 오승열 대표가 말했다. “캠핑 문화와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젊은 층을 보면서 세상이 가벼워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것에 비해서 집이 우리를 참 많이 구속하고 있어요. 이케아 가구를 직접 조립해서 만들 듯 집을 ‘DIY’로 지어보자고 생각한 건 자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는 최소한의 소유와 자유요.“ ‘내 집 마련’이라는 공상과학영화 같은 꿈을 최소한이라도 가져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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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Ryohin Keikaku (Muji Hut), ESCAPE RV/Steve Niedorf, Courtesy Sparkling Presse, George Fielding(Kudhva), ©Freehome, BoysPlayNice(H3T Flying Black House) © Ecocapsule Holding, Courtesy of In-Tenta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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