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용납되지 않는 행동

해야 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더 많은 이유

“의자가 딱딱하고 등받이가 곧은 것이면 등받이에 기대어 똑바로 앉으면 되므로 어려울 것이 없지만, 지나치게 폭신폭신하고 나지막한 의자에 우아하고 보기 좋게 않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 의자에 앉을 때는 한가운데에 풀썩 주저앉지 말고 손을 의자 팔걸이에 놓고 비스듬히 앉되, 치맛자락을 잘 여미고 무릎을 가지런히 붙여서 앉거나 다리를 발목에서 엇갈리게 모아 앉는다. 택시와 같은 소형 자동차에 오를 때에는 한쪽 발을 먼저 올려서 몸을 실은 다음에 다른 한 쪽 발을 마저 올리는 것이 우아해 보인다. 내릴 때에는 먼저 두 발을 모아 가지런히 땅 위에 놓은 다음에 내린다.” 교양 있는 19세기 여성들이 보던 에티켓북의 한 구절이다. 문장 하나 하나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숨이 가쁠 정도로 잔뜩 적혀 있다. 비록 지금 이 글은 카페에서 치마를 입은 채 책상다리를 하고 쓰고 있지만, 21세기의 우아한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도 해야 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더 많다. 가볍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아야 하고, 냉정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질척대면 안 되며,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낭만을 잃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강박적으로 주의해야 하며,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혐오 감정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세운 삶의 규칙들로 가득한 삶이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아해지기 전에 신경쇠약에 먼저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래야 하는 이유를 여성주의 활동연구가 권김현영의 이 말에서 찾는다. “나는 이런 시대에 특히 예민함이라는 감각이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민하다는 것은 상처를 잘 받는다거나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상황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예민함은 이상한 상황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민하다는 건 주어진 질서의 오류와 모순을 눈치 챌 정도로 지적이며 동시에 강인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생각을 멈추지 않은 삶이라는 점에서 예민함이란 감각은 자기에의 배려 혹은 통치되지 않으려는 의지로 이어질 수 있다. 예민함은 약자에게 강요되어지는 부정의한 제약을 거부하는 감각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은 때로 권력이 될 수 있다. 예민한 사람은 약자가 아니라 강자가 될 가능성을 손에 쥔 사람이다.”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지 않을 때, 우리에게 강요되는 많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가 주어진다.

 

21세기에 용납되지 않는 몇 가지 행동들

 

21세기 - 하퍼스 바자

극장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방금 전에 본 영화에 대해서 어떤 말도 해서는 안 된다.

 

21세기 - 하퍼스 바자

성적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이라는 말을 앞에 붙여서는 안 된다.

 

21세기 - 하퍼스 바자

현대의 섹스에서 눈물은 조금 무섭게 다가온다. 방금 전에 있었던 그 일에 대한 친근함의 표시로 건네는 가벼운 농담 정도가 좋다.

 

21세기 - 하퍼스 바자

노 룩 패스. 자신의 짐은 자신이 옮긴다. 누군가가 도와줄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는다.

 

21세기 - 하퍼스 바자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뜨거운 태양 아래 나서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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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im Raeyoung
일러스트Yoo Seung 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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