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

5G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한 도시에서 벌어질 믿지 못할 사건들. 이건 1GB의 영화를 10초 만에 다운받을 수 있다는 시시한 얘기가 아니다.

‘Welcome to 5G Korea’. 지금 TV만 틀면 하루에 3회 이상 볼 수 있는 SK텔레콤의 광고 문구다. 5G(5 Generation)란 초당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 지연 속도 0.001초 이하로 지금의 4G, LTE에 비해 최대 270배 빠른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뜻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속도나 도로 상황 면에서 모두 자동차와 비행기의 차이쯤 된다. 어쨌거나 스포츠와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이 기술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바가지 숙박 요금과 비견할 만한) 화제성 높은 키워드 중 하나다. 2020년 전 세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5G 서비스가 평창에서 세계 최초로 시범망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끊김 없이 HD 화질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 이상의 뭐가 있겠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KT의 ‘5G와 함께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미리보기’ 영상에 따르면 5G를 통한 중계와 시청은 단순히 버퍼링이 없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다. 360도 VR 영상은 기본이고 피겨스케이팅 경기 중 화면을 정지시켜 다양한 각도에서 동작을 감상할 수도 있다. 보고 싶은 선수를 골라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관람하거나 보다 생생하게 선수의 시점에서 봅슬레이 경기를 보는 일도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KT의 주장에 따르면, 이 모든 미래가 막힘 없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정도는 맛보기일 뿐이다. 뻔하지만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말을 적용시켜보면, 5G는 자동차의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 알파고 같은 ‘존재하지만 실감할 수 없는 미래’를 널리 퍼트리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온 세상이 부르짖어온 4차 산업혁명을 완성시킬 인프라이자 키워드가 바로 5G라는 얘기다. IT계의 아트바젤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의 핵심 주제가 2년 연속 5G인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2018 CES에서 디지털 무선통신 제품 및 서비스 업체 퀄컴의 부사장 맷 그로브는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 로보틱스, 헬스케어 등 이렇게 다양한 산업군이 통신기술 표준화 작업에 동참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에요. 5G는 세상의 모든 기기를 연결시키고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내면서 세상을 완전히 바꿀 것입니다. 미래에서 5G의 영향력은 지금의 전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일 궁금한 건 이거다. 과연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래서 5G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더 나아가 사물과 사물이 매끄럽게 연결된 스마트 시티에서의 일상을 그려봤다. 이건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의 예측이 맞는다면) 88개의 스마트 시티가 완성된 2025년과 인구의 70%가 스마트 시티에 살고 있는 2050년 사이 어디쯤의 이야기다.

이건 5G 네트워크를 통해 88개의 스마트 시티가 완성된 2025년과 인구의 70%가 스마트 시티에 살고 있는 2050년 사이 어디쯤의 이야기다.

홈, 스마트 홈

냉장고와 TV, 침대가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고받는다? 사물과 사물이 연결된 것, IOT(Internet of Things, 사물 인터넷)는 2017년 현재도 꽤 익숙한 기술이다.(냉장고 안에 어떤 식재료가 있는지 스마트폰으로 체크할 수 있다는 광고 기억나나?) 이미 3년여 전부터 미국 MIT 대학에선 기숙사 화장실과 세탁실에 센서를 설치하고 인터넷에 연결해 어떤 화장실이 비어 있는지, 어떤 세탁기와 건조기가 사용 중인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랜드의 미키마우스 인형 구석구석엔 조금 무섭게도, 적외선 센서와 스피커가 달려 있어 현장의 날씨나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는 놀이기구를 알려준다. 이 정도도 충분히 놀랍지만 5G 시대엔 스케일이 달라진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사물과 사물이 훨씬 더 정교하고 막대한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하기 시작하는 거다. 눈을 뜨자마자 커튼이 저절로 열리고 주방에선 평소 취향과 오늘의 컨디션에 맞춰 적절한 농도와 온도의 커피가 끓고 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케케묵은 광고 문구 그대로 수많은 센서가 부착된 침대가 밤새도록 신체 상태를 모니터링했기 때문에 커피 맛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이 센서는 어디에나 있다.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샤워 부스나 변기에 장착된 센서가 나에 관한 모든 것을 예민하게 체크한다. 내 자신보다 화장실의 칫솔 건조기가 나를 더 잘 아는 세상이 온 것이다.

디바이스로서의 자동차

지금 가장 미래에 가까운 자동차는 단연 테슬라다. 친환경 전기 에너지로 지구를 구한다는 대의보다 일차적으로 혹하는 지점은 뭐니뭐니해도 자율주행 기능이다. 직접 베타 버전의 자율주행을 사용해본 소감을 말하자면, 운전이라는 경험의 종류를 바꿔놓을 만한 것이었다. 두 손은 무릎에 두고 그냥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 내 역할의 전부다. 하지만 5G 시대에서 자율주행은 스마트 자동차 기능의 일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미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에서 경쟁적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지금(하물며 GM은 미국 교통부에 내년부터 핸들과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겠다고 허가신청을 냈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가장 미래적인 이유는 자율주행 덕이 아니라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가지고 스마트폰처럼 사고하는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스마트 자동차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바일 기기’에 가깝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며 끊임없이 외부 환경과 소통하는 디바이스의 개념이라고 할까? 그러므로 여기서 중요한 건 스마트 도로다. 모든 교통의 흐름을 모니터링하여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쾌적하고 안전한 운행을 도울 뿐 아니라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따로 119를 누르지 않더라도 알아서 소방서와 경찰서에 연락이 닿는다. 드디어, 주차장이나 다름없는 출퇴근길 경부고속도로와 영원히 이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가상과 현실 사이

5G 시대에서 일어날 일 중 가장 반가운 소식은 누구나 재택근무가 가능해진다는 거다. 달리는 자동차, 주방, 샤워 부스 어디에서나 클라우드 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프랑스의 6시 이후엔 일 관련 메일 금지 같은 법안이 필수적이다.) 회의 같은 건 각자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기어를 쓴 채 가상 세계에서 만나면 되는 데다 더욱 완벽한 네트워크 환경이 조성되면 홀로그램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1초 만에 집으로 초대하는 일도 가능하다. 사실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거의 없어질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일이 원격으로 조종되기 때문에 아프면 그대로 침대에 누워 의사를 만나고 로봇에게 치료를 맡기면 된다. 게다가 집에서도 얼마든지 특별한 기분을 낼 수 있다. 푸드플라이에서 베트남 음식을 주문해 VR이나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혹은 홀로그램을 이용해 다낭의 해변 한가운데서 식사를 즐기는 식이다.(물론 푸드플라이 배달원은 인간이 아니라 드론이다.) 식탁에 일회용 그릇을 세팅한 후 VR 기어를 착용할 때 스스로가 처량하게 느껴지는 건 감안해야 한다.

슈퍼 알파고

진정한 스마트 홈과 스마트 자동차 모두 인공지능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디바이스가 수족이라면 인공지능은 뇌다. 그리고 정말 뇌를 모방한 신경망 네트워크로 이뤄진 이 인공지능 기술이 진화하기 위해선 (인간이 그렇듯)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지금도 알파고가 직관과 추론에 가까운 판단을 내리는 판국에 세상 곳곳에 뻗어 있는 5G 통신망으로 정보를 학습하는 시대에서의 인공지능은 거의 인격을 갖춘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스트리밍한 음악, SNS에서 ‘좋아요’를 누른 게시물, 친구들과 보낸 메시지 등을 바탕으로 온갖 가전제품들에게 알아서 척척 명령을 내린다. 인터넷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 역시 인공지능의 시야를 벗어날 순 없다. 이미 도시 전체가 네트워크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자주 찾는 레스토랑이나 좋아하는 샴푸의 종류 같은 사소한 취향과 습관까지 모두 꿰뚫고 있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에게 AI 비서 자비스가 그랬듯 100% 신뢰할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지적인 대화가 가능한 라이프 파트너가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려본 ‘5G 이후의 세상’을 천천히 돌아보자. 편리하고 빠르며 놀라운 세상인 건 분명하지만 어쩐지 섬뜩한 기분이 들지 않았나? 작년 ‘5G’라는 작품을 선보인 아티스트 양아치가 지난 10월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이 말을 들으면 더욱 그럴 거다.

“5G는 우리를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끄는 ‘샤먼’ 같은 존재예요. 자율주행이나 IOT, 인공지능이 상용화됐다는 건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사용 데이터 양이 늘어난다는 뜻이죠. 데이터가 삶의 중심이 되면 자연히 사회, 경제 체제가 급변할 거예요. 데이터를 디자인하는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하고 데이터를 주관하는 회사가 사회를 통제하겠죠. 지금 4G가 보여줬던 현대의 문제점들을 뛰어넘는 사건사고가 벌어질 수 있어요.”

지금의 4G를 유선에서 무선 서비스로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면 5G의 가장 큰 목표는 오프라인 세상 자체가 정보통신기술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지금도 구글 검색어나 개인 SNS 계정, 스마트폰 카메라로 누군가가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불안이 만연한데(실제 CIA의 정보 분석원인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은 이런 경로로 국가가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온 세상이 네트워크 망으로 연결된 5G 세상의 감시와 통제는 그야말로 ‘프라이버시’의 종말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베스트 프렌드, 어쩌면 연인의 역할까지 대신하며 모두와 연결돼 있지만 철저하게 고립된 사회로 가상과 현실, 소통이란 단어의 의미가 바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정말 소름 끼치는 사실은 이것이 막연한 상상이나 터무니없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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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랜서 에디터 권 민지
일러스트 Yoo Seongbo
출처
4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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