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영화

영화 '더 스퀘어'는 예술의 허상을 재치와 냉소로 꼬집는다.

귀신 들린 집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에어컨 앞에 누워 리모컨을 까닥거리며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는 것뿐이라면, 차가운 캔맥주를 까고 호러영화를 틀어보는 것도 좋겠다.

TV 시리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서도 첫 번째로 다룰 만큼 ‘귀신 들린 집’은 호러영화에서 다루는 가장 만만한 소재다. 특별히 기괴하게 세트를 꾸미지 않고 어두운 지하실 같은 것만 있으면 되니까, 일단 가성비가 좋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이 죽어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죽지 않기 위해 버둥거리는 상황을 스릴과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온갖 영화 문법을 참고하여 만들면 된다. 그래서 ‘귀신 들린 집’을 다루는 호러영화는 엑소시즘부터 우주 괴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면서도 언제나 중간은 간다. B급 장르 영화의 목표가 어디선가 봤음직하지만 다시 봐도 언제나 흥미로운 영화라면, 귀신 들린 집은 편리한 선택이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넷플릭스에 있는 호러영화 중에서도 ‘귀신 들린 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고의 호러 영화라고 칭송받는 <샤이닝>부터 그렇다. 한 가족이 낯설고 수상한 호텔에 고립되어 서서히 변하는 이야기다. 잭 니컬슨이 드러내는 광기 자체를 차갑고 초자연적으로 보이게끔 연출한 스탠리 큐브릭 때문에, 현대 호러영화의 아버지라고 해도 손색없는 원작자 스티븐 킹의 투덜거림을 들었다고는 할지언정, 그 자체로도 훌륭한 걸작이다. 최근에 제작된 <제럴드의 게임> 역시 감금과 폭행, 초자연적인 공포를 뒤섞는 스티븐 킹의 기발한 악취미를 엿볼 수 있는 수작이다. 

쿼런틴

한편 <쏘우>나 <호스텔>의 성공 이후 등장한 새로운 호러영화들이 공포스러운 설정 자체에 매달리기 시작하면서, 당하는 사람이 느끼는 공포보다는 상황의 참신한 잔인함을 자랑하는 것에 치중하게 되었다. 거기에 <클로버필드>나 <파라노말 액티비티>에 이르러 ‘파운드 푸티지’라는 형식과 결합하고 나니, 호러영화는 설정을 어떻게 현실과 가깝게 느끼도록 꾸며내느냐에 몰두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형식을 극단으로 사용하여 예술적 경지에 올린 호러영화로 넷플릭스에서 <쿼런틴>을 들 수 있다. 스페인 영화 <REC>의 리메이크작인 <쿼런틴>은 ‘귀신 들린 공간’에 좀비가 살고 있다는 다소 애매한 설정이지만, 주인공에게 카메라를 들려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하여 현실성과 박진감을 높여, 젊고 경쾌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바바둑

그러나 최근의 호러영화는 다시금 원전을 복기하려는 듯하다. 새로운 호러의 기점으로 인식되는 <쏘우>를 만든 제임스 완이 2010년에 내놓은 <인시디어스>는 클래식한 방식으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분위기를 연출하며, 설정의 잔혹함을 강조하던 기존의 방식과 작별을 고한 듯하다. 특히 유명한 호러퀸인 바바라 허시와 린 셰이를 동시에 기용하면서, 예전의 귀신 들린 집이 주던 으스스하고 진득한 공포의 세계를 모색한다. 이러한 경향은 호주에서 2016년에 만들어진 <바바둑> 역시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 최근의 호러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클래식한 장치들과 빈티지한 미감을 확인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악령으로부터 아들을 지키기 위한 어머니의 처절한 사투가 마치 20세기의 미국 호러영화를 연상하게 한다. 글/ 김유진(번역가) 


예술, 그 자체

영화 <더 스퀘어>는 예술의 허상을 재치와  냉소로 꼬집는다. 

<더 스퀘어>는 전시명이다. 영화는 이 전시를 앞둔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큐레이터 크리스티안(클라에스 방)의 이야기다. 그는 지갑과 휴대폰을 소매치기 당한 후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집착하다가 이상하게 꼬인 상황에 놓인다. 설상가상 전시도 위기에 처한다.

<더 스퀘어>로 201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포스 마쥬어>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포스 마쥬어>는 스키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는 가족 이야기로 산꼭대기에서 눈이 쏟아지자 당황한 아버지는 가족을 내버려두고 혼자 도망간다.

전작에서 중산층 아버지의 가식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낸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더 스퀘어>에서 잘나가는 큐레이터의 위선과 허영, 이중적 태도 등을 냉정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비판한다. 즉 젠체하는 인간의 속물 근성을 파고드는 동시에 거창한 개념을 내세우는 현대예술의 허상(예술과 마케팅의 공생 관계)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 영리하고 교묘한 블랙 코미디는 미술계와 인간의 본능을 신랄하게 풍자함으로써 영화가 아직도 예술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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