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meyer)가 1996년에 완성한 리우데자이네루의 니테로이 현대미술관(The Niteroi Contemporary Art Museum) 광장에 각양각색의 박스들이 물결 모양으로 늘어섰다. 니콜라제스키에르는 루이 비통의 2017 크루즈 컬렉션을 위한 쇼장으로 재탄생한 이곳을 ‘미래로 향하는 관측소’라 명명했고, 실제로도 비행접시 모양을 닮은 미술관과 썩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2015년 모나코, 2016년 팜 스프링스에 이어 2017년에 그가 선택한 곳은 브라질의 리우데자이네루. “프랑스인인 전 프랑스 문화에 익숙한 방문객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곳에 파리를 가져왔죠.” 제스키에르는 리우데자이네루 특유의 정신으로 알려진 ‘감비아하(Gambiarra, 사용 가능한 무언가를 필수적인 것으로 변형시키는 기술)’를 쇼장 설계에 접목했다. 원래 존재했던, 돌로 만들어진 벤치를 중심으로 퓨즈 가닥 같은 목재와 유리 및 컬러풀한 강철로 만든 좌석들이 캣워크를 따라 줄줄이 이어졌다. 또 그가 리우의 현재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 형형색색의 콜라주 장식을 입은 좌석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루이 비통의 새로운 크루즈 컬렉션 역시 도시가 지니고 있는 생동감, 에너지, 다문화, 자유, 미래주의, 그리고 로맨티시즘과 같은 다양한 감성을 품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과 모델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하늘거리는 드레스는 극도로 모던했고, 팬츠에 더해진 스트라이프 라이닝은 실루엣을 보다 길어 보이게 만들었다. 또 스웨이드와 양가죽이 어우러진 셔츠드레스에는 스포티한 벨트를 타이트하게 착용해 에너제틱한 무드를 잃지 않았다. “제 생각에 현대 여성들은 매우 세련되어 보이길 원하는 동시에 캐주얼한 스포츠 룩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어요. 무척이나 반대되는 것이지만요.”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쇼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나 역시 우아함과 스포티함, 이 상충된 두 가지 요소가 컬렉션 전반에 자연스럽게 버무려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가슴 쪽에 섹시한 컷아웃 디테일을 가미한 드레스부터 몸에 꼭 맞는 점프수트, 밀리터리풍 재킷과 팬츠 등, 다수의 룩에 다양한 포켓 장식이 가미되어 있었고 비비드한 레드와 터쿼이즈 블루, 쇼킹 핑크 등 컬러 매치는 과감했다. 이러한 무드는 백 & 슈즈, 액세서리 제품으로도 이어졌다. 가죽과 러버 소재가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감성의 샌들과 네오프렌 소재의 스니커즈, 산악용 로프를 연상시키는 목걸이를 비롯, 하우스의 아이코닉 백인 스피디, 네버풀, 쁘띠드 말은 강렬한 컬러, 로고 플레이로 스포티한 감성을 덧입었다. 여기에 카세트플레이어 모양의 토트백과 축구하는 남자들이 그려진 트위스트 체인 백 등, 제스키에르의 위트가 고스란히 담긴 백 컬렉션은 쇼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쇼의 피날레에는 건물 꼭대기에서 광장으로 이어지는 곡선형의 캣워크를 따라 모델 군단들이 줄줄이 걸어 내려오며 장관을 연출했다. 마치 미래에서 온 여전사들이 지상으로 내려오듯 비장하면서도 신선하고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했다. “저는 오스카 니마이어가 갖고 있던 신념의 힘을 존경해요. 그의 비전, 그의 파격성, 심지어 그의 이상향까지도 말이죠. 패션쇼를 이같이 건축학적으로 대단한 공간에서 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경험이에요. 리우에서 제가 느낀 것은 역동성 그리고 모더니즘과 열대 자연, 그사이에 존재하는 넘치는 에너지였고, 자연과 도시 사이의 이중성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멋진 광경에 온전히 빠 져 있었죠.” 미래적인 유토피아 공간에서 열린 루이 비통의 미래 지향적 리조트 컬렉션. 제스키에르가 찬양했던 니마이어의 비범한 미래주의와 세련된 스포티 룩에 목마른 현대 여성들의 욕구가 매력적으로 조화를 이룬 컬렉션이라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