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 두 남자, 코페르니(Coperni) 듀오가 꿈꾸는 패션 테크놀로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첫눈에 반한 두 남자, 코페르니(Coperni) 듀오가 꿈꾸는 패션 테크놀로지

태양중심설을 주장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에서 이름을 따온 코페르니. 4월 초, 파리 2구의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브랜드의 아틀리에에서 세바스티앙 메예르(Sebastien Meyer)와 아르노 바양(Arnaud Vaillant) 듀오를 만났다. 그곳은 패션 테크놀로지의 열기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BAZAAR BY BAZAAR 2022.05.07
 
2022 F/W 시즌에 선보인 유리 소재 스와이프 백.

2022 F/W 시즌에 선보인 유리 소재 스와이프 백.

〈하퍼스 바자〉 코리아 독자에게 자신들을 소개한다면? 
세바스티앙 메예르: 2013년 브랜드 코페르니를 론칭한 아르노와 세바스티앙이다. 론칭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데뷔 컬렉션으로 ANDAM(Association Nationale pour le D´eveloppement des Arts de la Mode) 패션 어워즈에서 우승했다. 이후 쿠레주에서 제안이 왔고 아티스틱 디렉터로 일했다. 3년을 일하다 코페르니가 그리워 다시 돌아왔다. 파리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포토그래퍼, 모델 등 우리를 지지하는 커뮤니티가 생겼고, 다섯 번의 컬렉션을 거치며 성장하고 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 궁금하다. 
아르노 바양: 우리는 모다르 패션 스쿨(Mod’Art International Paris)에서 만났다. 나는 패션 비즈니스를 전공했고, 세바스티앙은 디자인과에 다녔는데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첫눈에 반했다.(그들은 지난 9월 그리스의 이드라 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샤넬과 발렌시아가에서 5년 정도 일했다. 세바스티앙은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패션계의 일반적인 길을 걷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바로 실현시키길 원했다. 이후 우리는 모든 작업을 같이 하며 언제나 함께 하고 있다. 서로를 잘 보완해준다고 생각한다.
 
2022 S/S 런웨이의 피날레를 장식한 지지 하디드.

2022 S/S 런웨이의 피날레를 장식한 지지 하디드.

유서 깊은 브랜드인 쿠레주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된 경험은 어떠했나? 
세바스티앙: 어린 나이에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을 수 있었던 것은 굉장한 경험이었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쿠레주로 인해 패션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3년쯤 지나니 코페르니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창작의 자유를 되찾고 싶었달까. 유서가 깊은 만큼 쿠레주에서는 따라야 할 규칙과 제재가 많기 때문이다. 그 중압감도 무거웠다.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3년 동안 우리는 잘해냈다고 생각한다.
재킷 상단을 잘라 홀터 톱처럼 입는 등 흥미로운 테일러링과 1990년대풍 콜라주 패턴이 돋보였다. 2022 S/S 컬렉션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아르노: 이번 컬렉션을 ‘2033년 S/S’라고 명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악몽이 되어버린 현재의 패션계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치 이비자의 사 트린자(Sa Trinxa) 비치로 걸어 내려가는 듯한 판타지가 담긴 컬렉션이다. 여기에 코페르니의 아이덴티티인 테일러링을 위트 있게 풀어냈다. 재킷을 잘라 어깨라인을 드러냈고, 여성의 몸을 강조하는 섹시한 실루엣을 만들었다. 세바스티앙: 테일러링은 파리 패션의 시크함을 대변한다. 우리는 매 시즌 이것을 새롭게 변주하려 노력한다. 가령 움직임이 있는 실루엣을 상상하며 테일러링 피스에 트위스트를 주거나 컷아웃을 접목시켰다. 테크니컬 패브릭과 여러 소재도 조합했다. 
 
파리 아틀리에에서 포즈를 취한 세바스티앙과 아르노.

파리 아틀리에에서 포즈를 취한 세바스티앙과 아르노.

런웨이 모래 위를 장식한 7만여 개의 식물 줄기는 ‘대마(hemp)’였다. 흥미로운 선택인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아르노: 여러 의미가 있다. 이 대마는 카나비스(canabis)와는 달리 전 세계적으로 합법이다. 그러나 같은 종이기에 장난스러운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마잎들은 자연을 떠올리며 탈출의 모험심을 자극한다. 여기에는 독성이 없고 원단, 술 등 여러 가지의 재료로도 쓰인다. 이 지속가능한 줄기는 추수까지 1백5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도 있다. 이번 쇼의 런웨이 장식을 위해 파리에서 한 시간 떨어져 있는 샤토 드 마레(Chateau de Marais)와 협업을 진행했는데 그들은 7만여 개의 대마 줄기를 공급했다. 그리고 패션쇼 당일 아침까지 이 줄기 하나하나를 모래 위에 꽂았다.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환상적이었다. 서퍼들이 있는 해변가와 미래적인 분위기가 한 번에 어우러진 멋진 광경을 연출할 수 있었다. 
 
2022 F/W

2022 F/W

지속가능성은 요즘 디자이너들에게 있어 필수적인 화두다. 
아르노: 코페르니는 작은 브랜드이고 패스트 패션이 아니기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화두를 잘 다룰 수 있다. 주문받은 물량만 생산하며 적은 양의 재고를 남긴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또는 재활용이 되는 독성 없는 재질을 사용한다. 또한 프랑스, 이탈리아산 사과 가죽을 이용하는 등 모든 소재가 유럽산이다. 페이크 퍼와 비건 가죽만을 고집하는 건 물론이고.
고(故) 스티브 잡스의 막내딸인 이브 잡스(Eve Jobs)가 아이폰 앱 아이콘에서 영감을 받은 ‘스와이프(Swipe)’ 백을 들고 런웨이에 섰다. 그녀와의 인연은? 
세바스티앙: 쇼를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인스타그램으로 그녀에게 연락을 했고, 이브는 흔쾌히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날아왔다. 아르노: S/S 시즌 패션쇼가 이브의 데뷔 무대였다. 그리고 그녀가 스티브 잡스에게 영감받은 스와이프 백을 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세브(세바스티앙)는 테크놀로지 광이다. 그는 애플의 컴퓨터 및 전자기기, 테슬라 등에 열광한다. 코페르니라는 이름도 체계적인 수학적 모델을 제시하며 태양중심설을 주장한 폴란드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에서 따온 것이니까.
 
미니 드레스에 반짝이는 가젯 스니커즈를 신은 릴라 그레이스 모스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미니 드레스에 반짝이는 가젯 스니커즈를 신은 릴라 그레이스 모스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한국에서도 스와이프 백의 인기가 뜨거운데, 2022 F/W 시즌을 위해 부풀린 유리 소재의 스와이프 백을 비롯해 5G 기술을 주제로 선보인 젠틀 몬스터와의 협업이 인상적이었다. 액세서리 라인에 대한 계획은? 
아르노: 액세서리 컬렉션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요즘 액세서리의 반응이 좋아 보람차다.(웃음) 대부분 테크놀로지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스와이프 백도 그렇고 오리가미 백 역시 아이폰의 포토 아이콘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양한 협업도 진행 중이며, 알란 크로세티의 주얼리, 젠틀 몬스터와도 협업을 진행했다. 특히 5G 선글라스는 여러 색상으로 제작했는데 매진되어 행복하다. 그들과의 협업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결됐다. 최근에 선보인 유리로 만든 글라스 스와이프 백도 엄청난 각광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 도자 캣(Doja Cat)이 들고 등장해 또 한번 이슈가 되었고. 정말이지 액세서리 파티를 해야 할 지경이다.
 
2022 F/W

2022 F/W

아디다스 가젤(Gazelles) 스니커즈를 매치한 스타일링도 신선했다. 
세바스티앙: F/W 시즌의 배경이 학교라 학생 같은 아이템을 접목하고 싶었다. 가젤 스니커즈가 떠올랐고 여기에 차를 도색하는 아틀리에에서 반짝이는 은색 컬러를 입혀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몇 시즌 전부터 선보인 남성복 라인은 여성복과 비교했을 때 어떤 매력을 느끼나? 
세바스티앙: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 남성복 라인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코페르니를 지지하는 커뮤니티에는 남자도 많고, 패션쇼에서 여성 모델과 함께 남성도 어우러지길 원했다. 그래서 컬렉션에 몇 가지 남성복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피스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단, 남성 컬렉션은 지금 정도로 유지하려고 한다.
 
2022 F/W

2022 F/W

지금까지 선보인 컬렉션 중 코페르니의 컬러를 가장 잘 나타내는 룩을 고른다면? 
세바스티앙: 매 시즌의 컬렉션을 대표하는 특별한 룩이 있다. 테일러링 피스와 드레스인데 대부분 그래픽 패턴과 기하학적인 라인이다. 특히 2022년 F/W 시즌의 오프닝 룩은 후드가 피라미드 실루엣인 독특한 재킷이다. 이 옷은 어딘가 종교적인 분위기를 풍기는데 기장이 짧아 그 대비가 더욱 재미있다. 아르노: 2022 S/S 컬렉션에서 지지 하디드가 입은 피날레 룩. 반짝이는 맥시스커트에 이제는 코페르니의 시그너처가 된 트위스트 크롭트 톱을 매칭한 스타일로 동시대를 대변하는 완벽한 코페르니 룩이 아닐까 싶다.
 
배우 메이지 윌리엄스와 협업한 스와이프 백과 젠틀 몬스터의 5G 선글라스.

배우 메이지 윌리엄스와 협업한 스와이프 백과 젠틀 몬스터의 5G 선글라스.

디지털 친화적인 브랜드로 유명하다. 인스타그램(SNS) 속 재치 있는 디지털 콘텐츠가 눈에 띈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나? 
세바스티앙: 디지털 아이디어는 대부분 내가 생각한다. 게임도 즐겨 하고 인스타그램 필터나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면 바로 시도해본다. 재미있는 것은 모두에게 통한다. 아르노: 세브의 아이디어는 끝이 없다. 디지털 프로젝트 중 #Copernizeyourlife로 계정을 타고 다니며 브랜드를 홍보하는 일과 #Drawyourswipebag로 자신의 스와이프 백을 그려보는 게임도 있었다. 코페르니 서머 캠프 때는 게임도 진행했다. 디지털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며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계속 공개할 예정이니 지켜봐달라.
 
 배우 메이지 윌리엄스와 협업한 스와이프 백과 젠틀 몬스터의 5G 선글라스.

배우 메이지 윌리엄스와 협업한 스와이프 백과 젠틀 몬스터의 5G 선글라스.

코페르니를 지지하는 특별한 멘토가 있는가?
 아르노: 안담(ANDAM) 프라이즈를 받으면 일 년 동안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투모로(Tomorrow)의 스테파노 마르티네토(Stefano Martinetto)가 멘토였는데 초창기 일 년 동안 우리의 쇼룸을 도와주었다. 이후 쿠레주 시절에도 계속 연락을 했고, 현재도 많은 도움을 주는 고마운 분이다.
한국 문화와 패션에도 관심이 있는가?
 아르노: 물론이다. 가고 싶은 곳 중 하나다. 한국 사람들은 수용력이 뛰어나고 디지털화되어 었다. 코페르니가 처음 론칭했을 때 한국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그 후 공백 기간이 있었지만 젠틀 몬스터와 협업 때도 이러한 부분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서울 컬렉션 때 한국에 가면 좋지 않을까?
 
코페르니의 S/S 시즌은 이브 잡스의 데뷔 무대였다.

코페르니의 S/S 시즌은 이브 잡스의 데뷔 무대였다.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아르노: 환경! 세바스티앙: 혁신과 테크놀로지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접목하려 노력한다. 또한 여성의 몸. 팬데믹 동안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파자마만 입고 있었던 것이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우아하게 승화시키는 것 또한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섹시하고 아름답게 말이다.
두 사람의 일상도 궁금하다. 
아르노: 사실 매일매일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원단을 고르고 아이디어를 내고, 가격을 정한다. 그리고 패션쇼 기간이 되면 일주일 동안은 회사가 멈춘다. 이어지는 캐스팅에 피팅 그리고 뮤직 테스트까지, 일이 너무 많다. 세바스티앙: 하루도 같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미국의 어떤 스타가 우리 옷을 입었고,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포스팅을 해야 하나. 캡션은 뭘 쓰지?’ 고민하고 그녀가 입은 것이 온라인숍에는 있는지, 이런 것들을 점검하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버린다.
 
재킷 상단을 짤라 어깨라인을 드러낸 2022 S/S 컬렉션.

재킷 상단을 짤라 어깨라인을 드러낸 2022 S/S 컬렉션.

팬데믹에 끝이 보이는가? 여름휴가 계획은?
아르노: 미국이 그리워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텍사스까지 로드 트립을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상상하는 코페르니 우먼(또는 맨)은 어떤 이미지인가?
세바스티앙: 언제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조심스럽다. 코페르니는 우리의 여동생이나 이모, 친구들 그리고 리아나에게 모두 어울렸으면 한다. 물론, 리아나와 내 이모가 같은 톱을 입지 않겠지만.(웃음) 아르노: 음… 코페르니의 여성은 자유롭고 남성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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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인터뷰/ 이승연(파리 통신원)
    에디터/ 서동범
    사진/ Imaxtree(런웨이)
    사진/ Julien Weber(디자이너 컷) ⓒ Coperni
    사진/ lucienpagescommunication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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