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예술 그리고 패션. 로렌 룰로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자연, 예술 그리고 패션. 로렌 룰로프

자연과 예술, 그리고 패션. 이 세 가지 요소를 융합한 새로운 시대의 아티스트 로렌 룰로프를 소개한다.

BAZAAR BY BAZAAR 2022.05.10
 
이제 예술은 우리가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술은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됐고 자연스럽게 의식주의 영역에까지 스며들었다. 현대예술과 패션의 상관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브랜드 스포트막스 데님 컬처가 이번 시즌 추상풍경화가 로렌 룰로프(Lauren Luloff)를 일곱 번째 아티스트로 선정했다.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건 언제나 예술이었다. 마치 윌리엄 터너가 런던의 안개를 발견한 것처럼, 예술가의 예민한 감각은 자연을 예술의 소재로 삼고 이는 곧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로 이어진다. 지금 가장 활발하게 자연을 탐험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인 로렌 룰로프는 자연 속에 깊숙이 들어가 풍경을 관찰하고, 색깔의 여러 층위를 탐구하여 그들만의 내러티브를 추상풍경화에 담아낸다. 자연의 시적인 뉘앙스를 철저히 탐색하는 로렌 룰로프만의 스포트막스 데님 컬처 2022 S/S 캡슐 컬렉션은 오스카 와일드의 “우리는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거나 예술작품을 입어야 한다”는 말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일곱 번째 스포트막스 데님 컬처 2021 S/S 캡슐 컬렉션의 아티스트로 함께했어요. 당신의 작품이 옷으로 만들어지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특히 완성된 옷에서 제 페인팅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보는 건 즐거움을 뛰어넘는 놀라움이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사이드 프로젝트로 빈티지 실크 위에 그림을 그려오고 있었거든요. 신체가 지탱하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 그림을 입은 신체가 자유롭게 움직일 뿐만 아니라 그림의 부분이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죠. 이런 아이디어를 탐험할 수 있는 페인팅 시리즈를 제작할 수 있어서 무척 신났어요. 또 제가 새롭게 경험한 메인(Maine)주의 풍경을 그림에 녹여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품 속에 유난히 자연 풍경이 많아요. 자연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전 항상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해안과 가까운 뉴햄프셔에서 자랐고, 이후에는 펜실베이니아 시골에서 자랐어요. 어린 시절부터 삶의 에너지나 영감, 치유의 원천은 자연이었어요. 항상 자연의 색채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그것들을 제 작품에 담으려고 노력했죠.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주로 야외를 아틀리에 삼아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자연의 색채 레이어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었거든요. 최근에는 메인주의 한적한 시골로 이사하게 되어서 자연 곁에서 더 일상적이고 친밀한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게 됐어요.
자연은 작품 속에만 존재하는 건 아닐 것 같아요. 당신의 스타일도 자연스러움 그 자체인 것 같구요.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이 궁금해요.
맞아요. 저 또한 자연주의자이죠. 자연적이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 노력하고, 항상 정원을 가꾸고, 합성섬유로 된 옷을 입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지구와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지금 처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죠. 시골로 이사를 오면서 저희 가족의 생활방식은 훨씬 더 자연과 가까워졌어요. 집 창문을 열면 바로 바다를 볼 수 있고, 매일 밀물과 썰물을 마주할 수 있죠. 또 날씨가 바다의 색채와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볼 수 있어요. 우리 주변의 숲에서도 이러한 자연의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죠. 지금 6마리의 닭과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데, 브루클린에 살았던 20여 년 동안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자연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당신의 스타일은 패션에도 드러나요. 데님은 당신 패션에서 어떤 존재인가요?
저는 데님을 매일 입어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자연처럼요.
엄마이자 아티스트로 살아가는 당신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그 속에서 영감을 받겠죠?
엄마로서의 일상과 작가로서의 삶이 하나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저희 가족 모두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는 아들의 스케줄에 맞춰져 있어요. 덕분에 매우 건강한 일상을 즐기죠. 아침에 요가를 하고 아들을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해요. 그런 다음 스튜디오에서 하루를 시작하죠. 아들이 처음으로 방과 후 프로그램에 들어갔기 때문에 남편과 저는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대신 스튜디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안심이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슬프기도 해요. 하루 일과가 끝나면 너무 보고 싶었던 아들 줄리앙을 만나 하루 일과를 듣고 함께 책을 읽거나 놀이를 하죠. 그런 일상 속에서 영감은 언제나 마주칠 수 있죠.  
스포트막스 데님 컬처 2022 S/S 캡슐 컬렉션을 제작하며 있었던 일화를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메인주의 해안가로 이사를 간 직후에 이번 컬렉션을 위한 페인팅 시리즈에 착수했습니다. 새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첫 프로젝트였죠. 정물을 직접 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창가에서 보이는 풍경, 집과 부둣가를 둘러싼 식물과 나무, 꽃, 길 건너로 보이는 붉은 단풍나무 등을 그렸어요. 페인팅 시리즈를 완성하는 데 두 달 정도 소요되었고, 그 기간 동안 저의 페인팅은 순수한 풍경화로 시작하여 패턴 페인팅과 추상화로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외광파의 앙 플랭 에르(En plein air) 작업에서 시작한 페인팅이 다양한 시각적 언어로 해체되어 표현되었죠.
실크 페인팅을 주로 해요. 그것만의 매력이 있나요?
캔버스가 아닌 실크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실제로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할 때 큰 도움이 돼요. 실크는 정말로 섬세하고 유연한 소재예요. 디테일한 묘사나 흐르는 듯한 블리드 효과를 낼 수 있죠. 작업은 제가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찜기를 통해 몇 시간 동안 염료를 증기로 세팅하는 과정을 포함해 실크에 페인팅 작업을 하는 과정 등 모든 것을 저만의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노하우들이 쌓여 이젠 더 쉽고 합리적으로 염료를 실크 의류에도 옮길 수 있게 되었죠.  
 
이번 캡슐 컬렉션에서 제일 좋아하는 의상이 있다면요?
롱 슬리브 셔츠 드레스가 맘에 들어요. 제가 초기에 그렸던, 아주 새파란 물가 앞에 자라난 단풍나무 그림을 다시 재해석해 만든 드레스이기 때문이죠. 사질 전 과거에 그 장면을 여러 번 그렸어요. 이번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패턴과 스트라이프로 둘러싸인 단풍나무 그림을 그렸던 적이 있었고 꽤 맘에 드는 그림이었죠. 그래서 이 롱 슬리브 셔츠 드레스를 위한 페인팅 작업을 하면서 그때 작업을 모방했죠. 풍부한 컬러와 사려 깊은 스트라이프, 제가 사랑하는 붉은 단풍나무의 재해석이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추상풍경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추상화를 그리며 자랐어요. 질감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고, 제가 무엇을 만드는지 잘 알지 못하는 상태로 물감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면서 물감을 옮길 때의 육체적 경험과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이미지에 대응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전 언제나 제 그림을 풍경화 혹은 이상적인 집의 그림이라고 정의했죠. 제 삶에서 중요한 내러티브가 그림을 통해 발화된다고 생각해요.
이번 캡슐 컬렉션을 본 아들 줄리앙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줄리앙이 스포트막스와 저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줄리앙이 ‘데드라인’에 관해선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점이죠! 제가 작업을 다 끝내는 날 기쁨의 비디오를 찍었는데, 그때 줄리앙이 얼마나 즐거워하고 자랑스러워 했는지 몰라요. 실제로 완성된 옷이 도착했을 때도 옷에 있는 태그마다 적힌 제 이름을 보고 정말 신나했어요. 심지어 크롭트 스웨트셔츠는 딱 본인 사이즈라며 좋아했고요.
 
김민정은 프리랜스 패션 에디터다. 예술을 입고, 먹고, 예술과 함께 살기를 바라는 생활밀접형 예술 애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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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김민정
    사진/ Anders Edstrom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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