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민이 <환혼>을 택한 이유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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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민이 <환혼>을 택한 이유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환혼>은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0위권 내 인기를 구가 중이다. 정소민은 ‘무덕’이라는 인물의 몸에 혼이 들어온 ‘낙수’를 연기했다. 무덕의 눈을 보면 환혼인 존재의 진실이 드러난다. 한 작품 속에서 어떤 배우의 눈을 이렇게 자주, 또 깊이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배우 정소민의 시선이 더 궁금해진 이유다.

BAZAAR BY BAZAAR 2022.09.24
 
데님 팬츠는 SportMax. 탱크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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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지만, 〈환혼〉의 무덕이라는 인물은 독특했다. 비밀을 간직한 인물인데, 그게 남장여자랄지 무시무시한 남성 자객의 혼이 여성의 몸에 들어왔달지, 하는 설정이 좀 더 전형적이라면. 잔인한 여성 자객의 혼이 여성에게 들어온 설정이 독특했다.
나도 그게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내가 여태까지 안 했던 색다른 것, 사람들이 정소민 하면 1차원적으로 딱 떠올릴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것, 좀 센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되게 오래전부터 했는데 운이 좋게 〈환혼〉도 그렇고, 곧 개봉할 〈늑대사냥〉도 거의 동시에 하게 됐으니까. 무덕이 캐릭터는 또 세고 카리스마만 있는 게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몸으로 혼이 들어가서 나오는 허술함 같은 것도 함께 있어서 더 매력적이었다. 그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있어 부담감을 약간 덜 수 있는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액션 잘하는 정소민이라, 모르는 사람들은 좀 놀랐을 것 같다. 원래 발레, 현대무용을 전공했잖나. 그게 〈환혼〉과 〈늑대사냥〉 모두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발현됐을 것 같은데, 어땠나?
안 해본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운 좋게 두 작품으로 동시에 충족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다. 〈환혼〉이 합이 완벽하게 짜여 있는 액션이었다면, 〈늑대사냥〉은 반대였다. 〈늑대사냥〉은 마음 같아서는 진짜 오랜시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은 그냥 기본 체력만 준비해 오라고, 합이 짜여 있는 느낌 말고 진짜 현장감 있는 사실적인 액션을 원하셨다. 〈늑대사냥〉에서 형사인 다연 역할은 경찰학교 수석으로 졸업한 인재인데 자원해 강력계로 들어간 친구고, 선배들한테 전혀 기죽지 않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건 말을 해야 풀리는 그런 캐릭터여서 재미있었다. 생활에 찌들어 있는 모습, 액션도 생활 액션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당일까지도 합을 몰랐다. 근데 그게 또 재미있더라. 더 긴장하게 되고, 상대한테 더 집중도 하게 되고.
 
니트, 스커트는 Prada. 로퍼는 Cam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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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현장에 나가면 불안하진 않나?
원래는 불안해했다. 막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고 그랬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많이 내려지는 것 같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되, 현장이라는 게 늘 변수가 많기 때문에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가는 재미를 알게 됐달까.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인 것 같다. 계속 경험해보고, 상황을 몸으로 부딪혀보고 하면서 어느 정도 편해진 거겠지.
〈환혼〉이 장르적 재미로 밀어붙이는 쪽이라면, 개인적으로 정소민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새롭게 정립하게 된 게 〈이번 생은 처음이라〉였다. 작품이 워낙 좋기도 했지만, ‘하우스푸어’라는 시대 고민을 담은 작품이고, 그걸 연기로 현실에 딱 달라붙게 설득해낸 작품이기도 해서. 어떤 이야기에 끌리는지도 궁금하다.
극과 극이다. 현실에 딱 붙어서 공감 가는 얘기도 좋아하고 창의력이 많이 발휘된 판타지 세계도 좋아한다. 상상력이라는 게 엄청나서 그것만으로도 압도되는 이야기. 스티븐 스필버그나 제임스 카메룬 감독 작품 같은. 〈아바타〉처럼 완벽하게 설계된 가상의 세계관이나 SF, 우주 이야기도 좋아한다. 〈The OA〉 같은 작품도.
 
수트는 System. 힐은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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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쏨데이〉도 하고 있다. 기획하고 찍고 자막 쓰고 직접 한다는 게 느껴지던데. 최근 제주여행편도 재밌게 봤다. 여행 가서 혼밥하고 구경 다니고 쇼핑하고, 혼자 다 하더라.
원래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 혼밥도 익숙하고, 독립서점 같은 데 다니는 거 좋아하고. 혼자 밥 먹으러 다닐 때는 꼭 미리 전화해보고 간다. 1인 식사가 안 되는 곳도 있고, 메뉴도 사실 한정적이라서 미리 잘 찾아보고 다니는 편이다. 그런 시간이 되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어쨌든 촬영 현장이라는 게 엄청 많은 사람들에 노출되는 거고, 그 현장 자체도 매번 바뀌잖나. 좀 적응했다 싶으면 또 바뀌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고, 이렇다 보니 뭔가 혼자서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대중의 시선에 대한 정소민의 생각도 궁금하다.
타인의 시선에 너무 얽매이거나 날 가두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게 예전에는 머리로만 됐다면 요즘에는 거기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스스로 좀 편안해지는 게 있는 것 같다. ‘말이나 평가에 휘둘려서 나를 괴롭히지 말아야지’라는 게 또 반대 상황에도 적용된다. 아무리 남들이 좋은 얘기를 해도 나는 스스로 부족한 게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내가 기준점을 확실히 잡고 체험하고 발전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기준이 좀 선 것 같은? 그런 면에서 나이 들어가는 게 반갑고 편한 것 같다. 20대 때 빨리 서른 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막상 되고 나서 또 일 년, 한 해, 이렇게 지나갈 때마다 더 편해지는 게 있어서 20대보다는 30대가 좋다.
부족한 게 뭔지 스스로는 안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나?
어떤 점이라기보다는 그때 그때 찾아오는 것 같은데. 이건 이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라든지. 일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너무 애쓰지 말 걸, 하는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그냥 툭 잘 놔버리기도 하는데, 어떤 거에는 또 되게 미련하게 집착하고, 신경 쓰고, 그럴 때가 있다. 그런 두 가지 면이 다 있으니까 자꾸 내 안에서 싸우는 거지.
 
셔츠는 Nonlocal. 팬츠는 In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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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단골인 책방이 있기도 하고, 책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왜 좋은가?
책이 어떨 때 도피처이기도 하고, 현실과 차단하고 그냥 그 세계로 나를 던지는 계기랄까. 어떤 때는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기도 하고. 내가 머리로 정리가 안 되고 막 나열해 놓은 것들이 책에는 깔끔한 문장으로 정리돼 있으니까. 그런 면을 다 책을 통해 얻는 것 같다.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면?
최근에 읽은 책 중에는 박준 시인의 산문집 〈계절산문〉 참 좋았다. 작가님 전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도 그랬고, 나한테 콕 와서 박히는 구절들이 많았다.
유튜브로 배우 김지석과 인터뷰하는 걸 봤는데, 거기에서 김지석 배우가 정소민을 일컬어 “클래식 같은데 힙합”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MBTI 중 INFJ, 인프제인데, 일단 모험을 좋아하고 낯선 곳에 나를 던져놓는 것에 대해 의외로 거리낌이 없다. 남들이 잘 모르는 내 모습인데,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또 그렇게 계속 모범생처럼만 있으면 약간 답답해 하는 스타일이어서 생각 못한 포인트에서 생각지 못한 선택을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어디서 봤는데 인프제의 가장 큰 키워드는 모순이라고 하더라. 내 안의 내가 너무 많다.(웃음)
 
그런 나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 뭘까?
제일 큰 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정리하는 시간인 것 같다. 좀 더 격하게 표현하면 정화일 때도 있고. 그러면서 놓을 건 놓고 챙길 건 챙기고, 또 되새길 건 되새기고. 이렇게 해야 내가 좀 더 중심이 단단해지는, 바로 딱 서게 된다. 20대 때 힘들었던 건 너무 많이 흔들리고 질풍노도 같은 시기를 보내다 보니까 업앤다운도 심했다. 근데 또 웃긴 건 남들은 내가 그랬는지 잘 모른다.(웃음) 그냥 내 속에서만 엄청 요동치는 시간들이 많은 거지. 어떤 순간에는 이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생각한 적도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래, 돌아 돌아 이제라도 안 게 어디야?’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려고 한다.
혹시 유독 욕심 부리는 게 있다면?
내가 원하는 걸 진짜 끝까지 들여다보고 싶다. 요즘은 진짜 내가 하고 싶고 원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엄청 집중을 해도 흔들릴까 말깐데, 그게 안 되면 또 너무 쉽게 주변의 말에 흔들리고 휘청이고 하니까. 정말 깊이 들어가서 계속 물어봐도 사실 정확한 답이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에 대한 인지와 노력을 계속하지 않으면 내 색깔을 잃기 너무 쉬운 것 같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배우로서, 또 한 개인으로서.
나에 대해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기 힘든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 근데 그게 어떻게 보면 우연의 일치다. 사람들이 ‘새롭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느낄 것 같다. 남들이 모르는 내 취향이나 성격, 아니면 안에 있는 것들을 스스로는 아니까. 작품이 되게 새롭다기보다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어떤 면들이 불쑥불쑥 발견됐으면. 제일 중요한 건 딱 대본을 봤을 때 강한 끌림이 있어야 한다. 내가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는 상상력과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들. 개인적으로는 〈환혼〉 끝나고, 또 영화 〈늑대사냥〉 홍보를 계속하긴 하지만 오랜만에 몇 달이라는 시간을 쉬어봤는데, 처음 한두 달은 너무 좋았는데 한 세 달째부터 약간 근질근질하고 빨리 좋은 현장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되게 커지더라. 이번에 충전하면서 다듬은 걸 현장 가서 또 막 꺼내놓고 싶은 욕구가 다시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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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프리랜서 에디터/ 성영주
    사진/ 우상희
    스타일링/ 박후지
    헤어/ 손지혜
    메이크업/ 박상은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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