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Lifestyle

지구를 위한 김

한국인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김을 먹는다고? 이유야 어쨌든 맛있어서 즐겨 먹는 해조류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건 사실이다.

BAZAAR BY BAZAAR 2022.10.14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하는 대한민국’. 지난 2019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monde)〉가 위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한국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해조류를 가장 많이 요리해 먹으며 지구온난화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이다. 전남 완도와 해남, 신안에 방문해 김과 다시마 양식장을 두루 둘러본 〈르몽드〉 취재팀이 심사숙고 끝에 뽑은 헤드라인은 한국인들을 당혹케 했다. 네? 우리가 지구를 위해 김을 먹는다고요? 그냥 맛있어서 먹는 건데요….  
〈르몽드〉 데스크 중 한 명이라도 한국의 김 맛을 봤다면, 아마 이 기획은 통과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스레인지 불에 앞뒤로 김을 구워 밥을 얹고 간장과 참기름을 섞은 양념을 발라 먹거나 조미김에 갓 지은 밥을 싸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으니까. 흰 쌀밥과 김 조합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데스크가 있다면 “김은 말이야. 맛있어서 먹는 거라고” 하며 기획안을 킬했겠지.  
우리는 맛있어서 먹을 뿐인데 지구를 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니. 당황스럽지만 그건 사실이다. 해조류는 자라는 과정부터 환경에 이롭다. 농산물처럼 까다로운 조건 없이도 빠르게 자라 채소와 비교해도 탄소발자국이 적다. 농약이나 비료를 주지 않아도 되니 토양 오염도 줄일 수 있다. 소 먹이에 해조류를 섞으면 일반 먹이에 비해 메탄가스를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다. 해조류가 소의 방귀와 트림을 유발하는 박테리아의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소의 트림과 방귀로 인한 어마어마한 메탄가스는 인류가 육식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어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8%를 차지한다니 상당한 양이다. 광합성을 통한 이산화탄소 흡수력도 뛰어나다. 바다의 나무라고도 불리는 해조류는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 역할도 한다. 미역, 다시마, 감태 등 군락을 이룬 대형 해조류들은 ‘해중림’이라고 부르는 바다의 숲을 조성한다. 바다의 숲은 전복이나 소라 같은 해양 생물들의 먹이가 돼 바다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건강에도 이롭다. 미네랄, 식이섬유, 비타민 등 영양소가 채소 못지않게 풍부하다. 몸속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구도 지키고 건강도 지키는 데다 맛있으니 안 먹을 이유가 없다. 김으로 환경보호를 할 수 있다니, 매번 텀블러를 챙겨 다니는 것보다 더 쉽잖아?  
맛있어서 국으로도 끓여 먹고 구워서도 먹고 생으로도 먹는 한국인들의 해조류 사랑과 달리 서양에서는 바다잡초(Seaweed)로 불리며 먹거리로서는 천대를 받아왔다. 흐물거리는 식감에 대한 불호가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힌다. 다행히도 한국인들이 즐기는 해조류 요리들이 서양에도 퍼져나가고 있다. 김을 즐기는 셀럽 가족의 먹방이 한몫했다. 몇 해 전엔 휴 잭맨의 딸 에바가 거리에서 김을 먹고 있는 파파라치 컷이 포착됐다. 카일리 제너는 딸 스토미가 집에서 김을 먹고 있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온몸으로 리듬을 타며 조미김을 맛있게 먹는 스토미의 모습에 김이 세계적으로 바이럴 됐다. 이제 지구를 구하기 위해 K-네티즌이 나설 차례. ‘Seaweed snack’이라 불리며 감자칩을 대체하는 건강한 과자의 포지션을 차지한 김의 소비를 더욱 늘리기 위해 하정우의 김 먹방 영상을 전파하자. 동시에 K-해조류 레시피도 곳곳에 알리자. 고기를 구워 먹고 난 뒤 밥을 볶고 그 위에 김가루 뿌려 먹기, 다 먹고 난 샤브샤브 국물에 김 가루 넣고 밥 볶기, 흰 쌀밥에 조미김을 싸 먹는 전통적인 자취 레시피, 미역국 먹기, 다시마부침개, 다시마튀각, 김부각, 온갖 김밥 레시피…. 미식에 진심인 프랑스인도 트러플을 갈아주는 것 이상의 환희를 느끼지 않을까.
영국의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지는 2021년 식품 트렌드 1위로 해조류를 선정했다. 건강에 좋으면서도 환경을 보호하니 김을 먹는 것은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에도 부합한다. 트렌디한 소비 그 자체다. 대한민국의 어마어마한 김 양식장은 우주에서도 보인다. 얼마 전 나사가 우주에서 포착한 위성 사진에 의문의 무늬가 있어 자세히 봤더니 한국의 김 양식장이었다고. 먼 훗날 2200년 쯤 되었을 때 자연사 박물관엔 김 양식장 위성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코멘트가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김과 미역을 즐겨 먹는 한국인의 식문화가 전 세계로 널리 퍼져 나가 기후위기로 위험에 처한 지구를 구해 지금의 인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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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안나
    글/ 김희성(프리랜서)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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