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뷰티는 클래식한 패션 룩에 비유할 수 있다. 최상의 품질과 기능을 갖춘, 절제된 디테일의 질 샌더 재킷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청바지, 바스락거리는 화이트 블라우스 같은. 깔끔하고 단순하며 활용도가 높고 실용적이다. 다기능의 멀티 아이템을 선호하며 적은 노력으로 최상의 효과를 주는 제품들을 사랑한다. 독일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품질의 화장품을 만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독일 여성들은 최소한의 단계로 피부를 관리한다. 보습이나 안티에이징 효과가 뛰어난 크림만으로 스킨케어를 마친다.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룩을 선호하며 시트러스나 아쿠아 노트의 프레시한 향을 즐긴다.
코로나19 이후 생긴 변화가 있다면 셀프 케어 제품과 건강 기능 식품이 다양화된 것. 더 이상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지 않아 립스틱을 다시 바르기 시작했고 메이크업 제품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헤어 케어는 여전히 중요한 분야다.
독일에서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의 ‘스킨 인플루언서’가 큰 힘을 갖는다. 젠지세대는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며 레티놀이나 AHA와 같은 활성 성분의 화장품을 선호한다. 나이아신아마이드, 레티놀 등을 함유한 화장품이 현재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유다. 인디 브랜드나 니치 브랜드의 성장도 눈에 띈다. 이는 프리미엄 시장에도 나타나는데 고객의 요구에 보다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한 결과. 최근 독일에서 필러와 같은 비외과적인 수술이 점점 받아들여지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용 클리닉 중 한 곳은 베를린에 있는 ‘닥터 에미(Dr Emi)’. 자연스러운 시술 효과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그러나 독일 소비자들은 여전히 변화보단 익숙함을 선호한다.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데 느리고 보수적이다. 또한 그들은 충성스러운 소비자이며 새로운 브랜드와 신뢰를 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에 한동안은 전통이 있는 브랜드가 시장의 주요 위치를 차지하며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 줄리아 키스(독일 뷰티 칼럼니스트)
#신뢰감 #스키니멀리즘 #클린뷰티
화장품 라벨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곧 과학적 자료와 연구 결과에 대한 보증서이자 고객과의 약속이니까. 엄격한 시장 규제는 부정확하고 불완전한 라벨 표시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해, 이것은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매할 때 늘 신뢰감을 느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필요한 첨가물이 최대한 배제되도록 제품을 설계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양한 피부 문제를 오롯이 과학적인 근거로 접근해 효율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스킨케어를 줄이는 ‘스키니멀리즘(Skinimal-ism)’을 실천하며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의 철학을 가진 브랜드를 선호한다. 그럼에도 독일 화장품 시장이 유럽에서 1위를 할 수 있는 건 뷰티를 ‘가끔의 사치’로 여기지 않고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과정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독일 뷰티를 또 다른 키워드로 정의하자면 클린 뷰티라 할 수 있다. 독일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제품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지속가능성은 모든 브랜드의 DNA가 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소비자의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뷰티의 일부 영역을 집으로 옮겨왔다. 피부 관리와 이너 뷰티는 물론, 봉쇄 기간 동안 닫혀 있던 헤어숍을 대신할 헤어 제품이 큰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닥터 바바라 스텀’ ‘아우구스티누스 바더’ ‘디오디너리’ 같은 스킨케어 브랜드가 헤어 케어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전염병은 독일의 온라인 사업에 날개를 달았고 라이브 쇼핑과 인공지능(AI)은 디지털 서비스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캐롤라인 예레미아스(더글라스 부회장 & 독일 문화권 매수 담당)
#엄격한 #과학적인 #깨끗한
독일 소비자들은 예산 지향적이다. 무엇을 하기 전에 10번을 고민한다. 또 제품에 대한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독일만의 지역적 특수성으로 볼 수는 없다. 소비자의 안목은 계속해서 높아지며 그들은 공허한 브랜드 스토리나 비현실적인 조언보다 과학적인 효능에 관심을 둔다.
독일 화장품의 또 다른 특이점은 북유럽 국가들이 환경 의식을 갖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었고, 안전하고 건강한 클린 제품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하였다. 더불어 건강과 아름다움을 유기적으로 보는 홀리스틱 뷰티를 추구한다. 팬데믹으로 이 제스처는 더욱 확고해졌는데 정서적 건강, 영양, 심지어 숨 쉬는 공기까지 아름다움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아우구스티누스 바더’가 유해 성분을 배제한, 신체 건강까지 존중하는 포뮬러를 개발하는 데 힘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 아우구스티누스 바더(아우구스티누스 바더 공동설립자 &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 교수)
#실용적 #성분과학 #과하지 않은
한국 뷰티 시장은 상당히 흥미롭다. 한국인들은 여러 단계의 스킨케어 루틴을 따르고 피부에 쏟는 시간이 길다. 반면 독일은 비교적 스킨케어 루틴이 짧고 굉장히 실용적이다. 또 본연의 건강한 피부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메이크업보단 스킨케어에 집중한다. 깨끗하고 독성이 없는 성분과 과하지 않은 제품을 선호한다.
새로운 치료법이나 스킨케어 방법에는 접근이 신중한 편이다. 또 자신이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는 성향을 보이는데 이러한 특징은 충성도 있는 소비자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스킨스쿨, 팟캐스트, 인스타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이유다. 피부를 제대로 이해시키고 성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선택지를 고를 수 있도록 돕는 것.
코로나 시기 동안 우리 모두는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면역 체계를 왜 강화해야만 하는지 배웠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피부의 역할을 되새기게 했다. 손상된 피부 장벽은 내부의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는 염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 이유로 현재 피부 장벽과 마이크로바이옴에 관여하는 제품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 바바라 스텀(닥터 바바라 스텀 창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