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이란 ‘그림이 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림이 된다’는 것은 ‘풍경에 스며드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도드라지는 것은 결코 우아한 것이 아닙니다. TPO를 알고 함께 있는 사람이 편안하게 느끼며, 주위 풍경에 어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로피아나의 부회장인 피에르 루이지 로로피아나의 철학처럼 그들은 ‘우아함’의 가장 완벽한 표본을 찾는 것을 브랜드의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우아함이란 트렌드라는 출렁이는 파도에 밀려나거나 혹은 지루한 클래식이란 단어에 갇혀 삭아가는 무언가도 아니다. 그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인간의 삶에 하나의 가치를 세우는 것, 그것이 우아함이라는 3음절이 갖는 파워다. 우아함을 향한 길은 우연이나 영감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시간과 노력, 그리고 새로운 것을 향한 호기심이 쌓여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장인정신이 없다면 영감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에 불과하다.
로로피아나 가문은 19세기 초부터 모직물 사업을 시작했다. 19세기 후반 산업화 과정에서 2개의 모직공장을 설립했고, 1924년 피에트로 로로피아나가 자신의 이름을 딴 ‘로로피아나(Loro Piana)’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 이어 1941년 그의 조카 프랑코 로로피아나가 경영권을 받았으며,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고급 직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업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다.

‘Made in Italy’가 하나의 상징이 되던 시절, 로로피아나의 엄선된 고급 직물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품질을 자랑했다. 이로 인해 로로피아나는 이브 생 로랑의 시크한 니트부터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수트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컬렉션에 원단과 원사를 공급했다. 이후 1970년대 프랑코의 두 아들인 세르지오와 피에르 루이지가 경영권을 물려받아 3년마다 교대로 회사를 이끌었다. 로로피아나 가문의 섬유에 대한 탐험정신은 두 아들에게도 이어졌다. 이들은 더 집요하게 품질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으며, 캐시미어를 비롯해 비쿠냐, 메리노 울 등 고급 직물 생산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직물을 이용해 남성, 여성, 아동용 컬렉션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부터 직접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로로피아나는 현재 카프리섬, 칸, 베벌리힐스를 비롯해 고급 휴양지인 포르토피노 등 세계 곳곳에 매장을 열었다. 특히 LVMH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와 그의 아들인 앙투안 아르노는 수년 전부터 으레 여름이 되면 포르토피노의 로로피아나 매장에 들러 폴로 셔츠와 스웨터를 고르는 그들만의 ‘여름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슈퍼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온갖 명품 하우스를 소유(!)한 그들이 로로피아나의 폴로 셔츠와 스웨터를 휴가지에서 고르는 모습에서 우린 로로피아나가 어떤 브랜드인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참고로 예부터 상류층의 럭셔리한 휴양지 포르토피노에는 항구를 따라 요트들이 줄지어 있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요트를 즐기고, 겨울이면 아스펜에서 스키를 타고, 때때로 클래식 카 경주에 참여하는 사람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브랜드가 바로 로로피아나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고른 브랜드, 로로피아나가 특별한 이유다.

단골 손님이던 아르노 부자는 2013년 결국 로로피아나의 지분 80%를 인수한다. 이 거래에서 로로피아나 가문의 요청 사항은 단 하나였다. “절대 스타 디자이너를 데리고 오지 말 것!” 이 얼마나 패기로운 조건인가. 그들은 오직 품질로만 말하고 싶어 한다. 절대 편안함과 타협하지 않고 최상의 것을 만들겠다는 로로피아나의 결의. 그리고 지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응답하고 있다. 시간과 노력이 다져놓은 품질은 그 어떤 디자인도 이기는 강력한 기본임을 우리는 로로피아나의 역사를 통해 한 번 더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