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 향수의 대명사로 꼽히던 ‘조딥바’(조 말론, 딥티크, 바이레도를 묶어서 이렇게 부른다)를 여전히 니치 향수라고 할 수 있을까? 니치 향수는 본래 소수를 위해 탄생된 향수인 만큼 향수 커뮤니티에서도 대중적인 ‘조딥바’는 이제 니치 향수로 취급하지 않는다. 최근 이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니치 향수 브랜드가 대거 등장했다. 파리 마레 지구의 리퀴드 퍼퓸바, 전 세계 퍼퓸 마니아의 성지로 불리는 조보이 등 향수 편집숍이 국내에 매장을 오픈하며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향수들이 입고된 것. 엄선한 브랜드를 큐레이션해 선보이는 만큼 각자의 취향에 맞는 니치 향수를 경험할 수 있다.
Altaia 바이 애니 아더 네임 EDP 창립자의 어머니가 튜더장미 정원에서 청혼을 받은 히스토리가 담겼다. 이른 아침 산책하며 이슬 맺힌 장미 향을 맡는 것처럼 촉촉하고 신선하다. 리치 과즙의 단내, 풍성한 작약과 장미가 어우러진다. 100ml 33만1천원.
Jeroboam 엑스트뜨레 드 퍼퓸 우누에 파인애플과 플럼의 달콤함이 코를 환기하고 시간이 지나면 일랑일랑의 우아한 잔향과 머스크의 포근함만 남는다. 원액에 가까운 높은 부향률을 가진 고농축 향수로 향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30ml 16만5천원.
D’orsay 지.에르. EDT 물기 어린 수선화에 파우더리한 머스크가 가미된 투명하고 깨끗한 비누 향기. 그 사이를 가르는 스파이시한 반전 매력이 독특하다. 청순한 느낌을 내고 싶다면 추천한다. 90ml 27만6천원.
지금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 향수는 인기 있는 해외 브랜드를 어설프게 카피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명 조향사와 협업해 향의 품질을 높이고 있으며 덕분에 해외에서도 한국 향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본투스탠드아웃’은 론칭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파리 봉마르셰, 런던 리버티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올해 약 1백 개의 글로벌 매장에 입점할 예정이다. “K-뷰티 하면 떠오르는 향수는 단 하나도 없기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일관된 향과 정체성을 고수하려 노력했는데 그 점이 통한 것 같습니다. 유럽이나 중동이 아닌 한국스러움이 느껴진다고 할 때마다 뿌듯합니다.” 브랜드 대표 임호준의 말. 지난해 한남동에 플래그십을 오픈한 페사드도 긍정적인 반응을 느끼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 방문객 중 70%가 외국인이에요. 해외 주요 채널에서도 많은 연락이 오고 있고요.” 페사드 프로덕트 매니저 신민지가 전한다.
Nonfiction 포 레스트 EDP 히노키 욕조에 몸을 눕히고 차가운 유자차를 한 모금 마시는 느낌. 편안하고 신선한 향이 마음을 진정시킨다. 100ml 12만8천원.
Pesade 더 뉴 에러 EDP 달콤한 나무에서 베르가모트의 상큼함을 지나 머스크의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 시간대별로 다른 향이 느껴지는 복잡 미묘한 향수. 30ml 6만4천원.
Entre D’Eux 쿰바 플로스 EDP 아프리카 전통 춤인 ‘쿰바’와 꽃을 의미하는 라틴어 ‘플로스’에서 알 수 있듯 이국적인 꽃 향이 주변을 화려하게 물들인다. 더불어 머스크가 오랜 시간 따뜻하게 머문다. 50ml 15만6천원.
Btso® 더티 라이스 EDP 땀에 젖어 끈적이는 연인의 살 내음이라는 스토리가 담겼다. 크리미한 아몬드 밀크가 포문을 열고 머스크가 섹시한 체취를 남기며 마무리된다. 50ml 2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