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피사체가 형태적으로 완벽히 정돈되면서도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에 셔터를 눌렀고, 이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사진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 처럼 많은 사람들은 기록하고 싶은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사진기를 들고 일상을 기록하게 된 시작은 1950년대 컬러 필름 카메라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점.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개인이 담고 싶은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게 되며 당시의 사진들은 라이프스타일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촌 그라운드 시소에서 열리는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는 영상 디렉터로 활동해온 디렉터 리 슐만이 수년에 걸쳐 수집한 80만 장의 컬러 슬라이드 컬렉션을 한 데 모아둔 전시다. 우연히 빈티지 마켓에서 구입한 한 상자의 필름 슬라이드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진행중인 '익명'의 프로젝트는 1940년대부터 1980년대의 일상 사진들로 구성되어있다. 가족이나 친구, 반려동물까지 피사체에 대한 따듯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오늘날의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사진을 촬영했는지에 대한 정보 보다는 셔터를 누른 그 순간과 동기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셔터를 누름과 동시에 멈춰선 시간들. 과거의 행복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을 바라보는 오늘날의 우리들은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보기 충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가 궁금하다면? 바자 산책메이트들과 함께한 예술산책 영상을 확인해볼 것!
※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는 그라운드시소 서촌(종로구 자하문로6길 18-8)에서, 4월 2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