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아름다운 홍매화



봄이 오면 구례 화엄사의 홍매화가 얼마나 피어났는지 가장 먼저 살피곤 한다. 강원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 전남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 전남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와 함께 4대 매화로 불리는 화엄사 홍매화. 일교차가 큰 해발 450m에 위치하고 있어 본래 개화 시기가 좀 늦은 편이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약 2주나 앞선 3월 둘째 주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절집에 흩어져 있는 홍매화 모두 아름답지만, 각황전 앞에서 300년 동안 꽃을 피우고 있는 홍매화가 사람들을 가장 많이 끌어들인다. 각황전의 웅장함보다 홍매화가 더 많은 관심을 사로잡는 듯하다. 화엄사 홍매화는 그 색깔이 붉다 못해 검게 보여 흑매화라고도 불린다. 3월 마지막 주에 만개할 예정이니 구례 봄 여행을 계획한다면 화엄사의 매혹적인 홍매화를 눈에 꾹 눌러 담아보자. 더불어 산수유, 벚꽃, 수선화 등 구례의 봄꽃이 절정으로 피어나는 중이다. 26일까지 화엄사 홈페이지에서 홍매화 사진 콘테스트도 참여할 수 있다.
* 화엄사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539
희귀한 남쪽 식물들의 봄







일찍이 봄이 내린 제주에는 봄에 둘러싸여 추억을 남기는 이들로 너울거린다. 휴애리공원, 가파도 청보리밭, 전농로 벚꽃 터널과 한라산 참꽃(철쭉) 등 제주 지천이 온통 봄 잔치다. 더불어 희귀한 봄나무의 개화 소식도 들린다. 제주 한라산식물원에서는 남해안과 제주 자생 식물의 꽃들이 향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곶자왈의 봄을 알리는 백서향이 있다. 새하얀 작은 꽃알갱이가 반짝이는 잎사귀 한가운데 동그랗게 핀다. 향기가 천리를 갈 정도로 진하고 깊어 천리향이라고 불리는 서향도 연분홍 꽃을 활짝 피웠다. 새싹이 돋아나는 모양이 붓처럼 생겨서 붓순나무인 상록수는 자연에서 자생하는 경우를 보기 힘든 희귀식물이다. 귀신을 쫓는 힘이 있어 산소 주위에 심거나 관 속에 넣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제주 말로는 ‘팔각낭’이라 하는데, 열매의 바람개비 모양이 8개 모서리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꽃과 잎 전체에서 독특한 향기를 내뿜는다. 그밖에 제주말로 ‘개불낭’이라 부르는 괴불나무의 새하얀 꽃, 키가 10cm로 귀엽고 자그마한 노랑제비꽃, 지구상에 단 360여 그루만 남은 멸종 식물 제주산버들, 황금빛 복수초 등 쉽게 만나기 어려운 남쪽 식물의 진귀한 봄을 발견해 보자.
* 한라식물원 제주도 제주시 수목원길 72
진달래를 가로지르며 릿지 하이킹


등산과 봄 놀이를 한꺼번에 만끽하고 싶다면, 강화도 고려산의 진달래 능선으로 가자. 인천 강화군에 자리한 고려산은 천년고찰 4개를 비롯해 고인돌 군락지, 오련지 등 역사 문화재가 흩어져 있는 해발 436m의 릿지 산이다. 고려산 진달래는 4월 초부터 군락을 중심으로 피고, 중순쯤이면 능선 전체에 진달래 파도가 너울댄다. 올해에는 4월 17일이면 고려산 진달래군락 전체가 만개할 것이라고. 고려산은 백패커의 인기 비박지이기도 한데, 정상 코스가 짧고 접근이 쉬운 능선이기 때문이다(현재 비박은 금지된 상태). 산 중턱에 있는 백련사 주차장을 출발지로 등산로에 진입하면 짧은 임도를 지나 바로 나무 데크로 조성한 군락지에 이른다. 이곳부터 정상까지 진분홍의 진달래 능선을 바라보며 아주 쉬운 하이킹을 하게 된다. 날씨가 좋으면 석모도를 비롯해 강화도의 너른 평야와 산자락, 서해의 환상적 조망을 함께 만끽할 수 있다. 종종 북한에서 넘어온 멧돼지를 마주칠 수 있다고 하니 모험심도 일어나고. 4월 15일부터 23일까지, 3년 만에 강화도 고인돌 공원과 고려산 일대에 진달래 축제가 열린다.
* 백련사 코스 출발지 강화군 하점면 강화대로 994-19
바닷가 마을의 유채꽃 잔치



작년까지 강원도의 봄은 축제가 사라진 계절이었다. 강릉, 속초, 삼척 등 지역 축제가 모두 취소되었고, 대표 봄 축제 장소이던 삼척 맹방 유채꽃밭은 아예 밭을 갈아엎어 꽃씨를 파종하지 않는 등 아쉬움이 컸다. 올해 삼척에서 드디어 4년 만에 축제 소식을 알려왔다. 강원도 삼척의 유채꽃은 3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했고, 축제가 시작하는 4월 7일에는 6.8ha 면적의 유채밭 전체가 만개할 것이다. 4월 23일까지 17일간 이어지는 축제에서는 음악 공연과 가요제, 지역 먹거리 장터와 다양한 체험 행사들이 이어진다. 맹방해변과 이어진 유채꽃밭 옆에는 왕벚나무 가로수가 2km가량 쭉 뻗어 있어 근사한 봄의 풍광을 만든다. 그저 걷기만 해도 좋은 바닷가의 봄꽃 속으로 삼척 여행을 떠나보자.
* 맹방 유채밭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상맹방리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