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드 재킷, 레이어드한 네크리스는 모두 Chanel.
일요일에 인터뷰를 했다. 오전부터, 그날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무렇지 않게 권지용이 있는 장소로 가서, 마주 보며 앉았다. 눈앞에 작고 거대한 시, 그 자체로 은유의 공간처럼, 세계의 많은 부분을 흡수하는 초인간이 앉아있었지만, 그걸 의식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믿어서. 그 역시, 일요일 오전에 스케줄이 없으면 늦잠을 자고 고양이 우는 소리에 일어나 커피 드립백에 물을 붓는 일상을 살 테니까. 아마도. 부디.
며칠 동안 권지용을 공부했다. 우리 시대 문화의 일부이자 큰 조각. 춤추는 가수이자 프로듀서에서 세계적 상징이 된 인물. 몇 년 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으나, 자장과 오라는 오히려 확장되어 자신 바깥으로 뻗어가는 자아를 본 사람.
트위드 재킷, 레이어드한 네크리스는 Chanel. 오른손 약지와 소지에 착용한 ‘코코 크러시’ 링은 Chanel Fine Jewelry.
모자이크 패턴의 트위드 재킷, 허리에 묶어 연출한 블라우스, 팬츠, 레이어드한 네크리스, 재킷에 단 브로치, 왼손 약지에 착용한 링은 모두 Chanel. 오른손 약지와 소지에 착용한 ‘코코 크러시’ 링, 팔에 착용한 ‘코코 크러시’ 브레이슬릿은 모두 Chanel Fine Jewelry.
올 초, 유튜브 ‘오피셜 지드래곤(Official GDRAGON)’ 계정에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권지용이 직접 팬들에게 인사하고, 2023년에는 활동을 다양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어요. 문득 그런 인사를 하고 싶었나요?
활동할 때는 인사드릴 수 있는 다양한 길들이 있었는데 햇수로 6년, 앨범을 안 내는 중이니까, 그냥 있다 보면 세월아 네월아 할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제 자신한테 부담을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팬들에게 새해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것들 중에 저의 활동 소식도 끼워주시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어요. 저를 기다리는 분들이건 아니건, 여러모로 설레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네, 아? 저 겸손해요. 겸손하죠? 상황에 따라 달라요.
나오게 해야죠. 약속을 내가 했으니까. 3개월 안에 내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이고, 계획대로만 된다면 가능할 거예요.
그건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어요. 어쨌든,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여러 개 있어요. 차근차근 준비 중입니다.
‘다양한 프로젝트’가 무엇인지도 지금 말해줄 수 없는 거예요?
그걸 알면 저도 속도를 더 내겠죠. (“사전에 협의한 질문지대로 묻고 계신 게 맞나요?” 옆에 앉아 있던 소속사 담당자가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맞다고 대답했다. 다른 질문지를 들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공개, 비공개가 아니라 계속, 계속 진행 중이에요. 이 말이 딱 맞아요. 보통은 어느 정도 ‘프로덕트’가 만들어지면 앨범의 콘셉트나 활동 방향을 정해요. 그런데 이번엔, 음 오랜만의 컴백이기도 하고 여러 방면으로 생각 중이에요. 재밌는, 뭔가 새로운 게 떠오르기를 바라면서요.
엠브로이디드 카디건, 타이 모티프의 네크리스, 오른팔에 착용한 브레이슬릿, 왼팔에 착용한 뱅글은 모두 Chanel. 왼팔에 착용한 ‘코코 크러시’ 브레이슬릿은 Chanel Fine Jewelry.
트위드 재킷, 링, 레더 커프, 로고 장식의 진주 네크리스는 모두 Chanel.
대한민국 대중문화사를 통틀어서 지드래곤만큼 영향력이 큰 아티스트는 없었습니다. 지드래곤에게 ‘더 나아진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어요. 나아진다는 건,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토대로 발전하는 거겠죠.
이렇게 말해볼게요. 저는 지드래곤이 만든 곡 중 몇 곡은, 재능을 다 써야 만들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활동 전반을 두고 판단해도 그렇죠. 단순히 음악인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잘할 수 있는 걸까, 라고 질문하는 거예요.
제가 그 질문을, 저의 다음 스텝이라고 이해한다면, 더 나다워지는 거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저도 동경하는 가수 선배들에게 영향을 받았고, 그걸 토대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웠어요. 시간은 계속 지나고 나이도 들고, 어느 순간 저는, 저를 확립한 느낌이에요.
이런 변신 저런 변신을 하는 게 아니라 뭘 해도 저여야 한다는 거죠. 그게 항상 고민이고, 창작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두는 지점이에요.
그래서 마지막 솔로 앨범 이름이 ‘권지용’이었구나!
네. 지드래곤이라는 아티스트를 제가 제3자가 되어서 관찰을 많이 하는데, 명확해졌어요. 어떤 게 어울리고 어떤 게 맞는지. 안 어울리는 옷을 입더라도 어울리게 하는 방법도 알고요. 아까 질문과 연결을 해보면, 이런 부분이 ‘나아진다는 것’이겠죠.
사실 다음 질문이, 더 비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나요?, 였는데 이미 답을 했네요.
팬들이 만든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봤는데 ‘권지용이 우리 곁을 떠날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여서? 천재는 단명한다고 믿어서?
저는 천재가 아니지만…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들이 생을 일찍 마감한 경우가 있어서, 어떤 맥락인지 이해는 하는데 일단 저는 그런 쪽은 아닐 것 같고. 아무래도 사람이 영원히 그 모습으로 있을 수가 없는데, (팬들에게) 처음 관심을 갖게 한 이미지가 있을 텐데, 시간이 가면서 그 모습을 유지하기가 힘들고, 그러다 보니 부담이 되어서 빨리 은퇴를 하는 경우가 간혹 있을 거고요. 어느 정도 ‘레벨’이 된 후에는 자기 자신이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닌 게 되거든요. 예전에는 아무래도 솔로 아티스트들이 대부분이어서 더 외로웠을 거예요. 세계 모든 사람들이 집중을 하는 가운데 자신도 되게 답답했을 거고. 의지할 곳이 없으니까 나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사례가 줄어든 것 같아요. 세대가 달라졌고요.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찾기만 한다면 혼자만의 부담을 마치 자신이 전부 감당해야 할 책임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거예요.
사전 전달한 질문지에 없는 질문인데, 제가 자료 조사하면서 느낀 건데, 팬들이 권지용 걱정을 엄청 많이 하더라고요. 안 행복해 보이나 봐요.
유튜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때문인 것 같아요. 〈권지용 액트 lll: 모태(Kwon Ji Yong Act lll: M.O.T.T.E)〉 보면 저도, 걱정되더라고요.
저도 그걸 보는 게 괴로웠어요. 가장 힘들 때였고. 다큐멘터리 찍을 때만 해도 마라톤이라고 하면 결승 지점 코앞까지 온 상황이었고, 1등으로 달리고 있었어요. 지칠 대로 지쳐 있던 거를, 솔직하게 그 영상에 담았어요. 제 고민이 됐든 일상이 됐든 고스란히 거기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저도 잘 못 봐요. 6년 전이에요, 그거. 지금은 살 만해요. 오래 쉬었잖아요. 혼자 시간도 보냈고요.
더블 브레스트 트위드 재킷, 레이어드한 네크리스, 하트 모티프의 ‘미노디에르’ 백은 모두 Chanel.
시퀸 장식의 재킷, 팬츠, 모자에 단 카멜리아 브로치는 모두 Chanel. 오른팔에 착용한 ‘코코 크러시’ 브레이슬릿은 Chanel Fine Jewelry.
체크 패턴의 트위드 재킷, 레이어드한 네크리스, 왼손 약지에 착용한 링, 오른손 소지에 착용한 링은 모두 Chanel. 왼손 소지에 레이어드한 ‘코코 크러쉬’ 링은 Chanel Fine Jewelry.
아까 천재는 아니라고 했지만, 제가 볼 때는 천재가 아닌 건 또 아닌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기준을 드높게 설정하면서 살아온 건 분명하잖아요. 조언을 얻는 대상이 있나요? 자기 삶의 지도를 혼자 그리는 사람은 없어요.
있죠, 다수예요. 영향을 주는 사람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믿는 건 경험. 몸으로 부딪혀봐야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는 하죠. 참고는 할 수 있으나 결정을 하는 건 저이고 책임을 지는 것도 제 자신이니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제가 그걸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분석하고 통계를 내는 과정도 필요해요. 그래야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확신을 가질 수 있어요.
수치는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아요. 1위를 해야 되고 대상을 받고, 이런 걸 목표로 삼았으면 비즈니스적으로 팔리는 제품을 계속 만들고 안전한 선택을 하겠죠. 남들이 다 좋아해도 제가 마음에 안 들면 안 좋은 거예요. 연습도 마찬가지예요. 제 마음에 들 때까지 하는 거예요. 수련인 거죠. 제 기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어요.
지드래곤의 룩은 항상 주목받습니다. 스타일리스트 팀이 준비해준 옷을 주로 입겠죠?
네? 이 사람들 잘 안 와요. 아흐. 아니에요, 농담이에요. 잘 안 온다기보다, 10년 넘게 같이 일해서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뭐가 어울리는지 잘 알아요. 사전 피팅 없이 촬영 현장에 가도, 옷들을 보면 제 마음에 들어요. 거기에 제가 추가할 수 있는 거나 그때 그때 무대에 따라서 즉흥적으로 할 것들을 하죠. 저는 그게 재밌어요. 나다운 걸 해보는 거니까요.
며칠 전에 샤넬 2023 S/S 오트 쿠튀르 쇼에 참석한 걸 봤어요. 스카프를 손목에 묶었더라고요.
저, 늘 스카프를 하고 다녀요. 액세서리도 좋아해요. 머리가 길었을 때는 헤어밴드 없으면 밖에 못 나갔어요. 곱창 밴드라고 하나요? 그걸 손목에 차고 다녔어요. 버릇이 됐는지 손목에 뭐가 없으면 허전해요. 그래서 뭘 ‘에딧’했다기보다, 그냥 하고 있는 걸 그대로 한 거예요.
그날 현장 모습을 찾아보니 사진을 계속 찍더라고요. 스마트폰으로도 찍고 소형 카메라로도 찍고.
네, 저 사진 진짜 많이 찍어요. 아, 그 작은 건 필름 카메라예요.
가끔 사진첩에 저장된 사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추억을 기억해내기도 하잖아요. 본인도 그래요?
그게 제 취미예요. 웃긴 사진들 많아요. 멤버들 사진도 있고. 공개할 수 없지만 흐흐, 다들 저한테 잘해야 해요. 굉장한 힘을 가진 카드들이죠.
즐거워 보여요. 지금 이 모습을 찍어서 팬들을 보여주면, 지드래곤이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믿을 것 같아요. 질문은 여기까지.
프린트 티셔츠, 스카프로 연출한 케이프, 레이스 장식의 팬츠, 네크리스는 모두 Chanel.
※ 화보에 촬영된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