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Indie Sleaze

인디 슬리즈란 무엇일까?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 초반 사이를 대변하는 트렌드로 힙스터 패션, 1980년대의 맥시멀리즘, 1990년대의 그런지 룩이 한데 뒤섞인, 다소 꾀죄죄하고 혼란스러운 스타일을 말한다. 설명이 모호하게 다가온다면, 인디 록 뮤직을 즐기고 퇴폐적인 눈빛을 지닌 그때 그 시절의 ‘나쁜 여자들’을 떠올리면 쉽다. 헤로인 시크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케이트 모스를 필두로 스카이 페레이라, 시에나 밀러, 앨리스 데럴, 알렉사 청이 대표적. 당시의 패션 아이콘들은 술과 담배, 음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자연스레 인디 록 밴드, 파티, 페스티벌은 힙스터들이 즐기는 패셔너블한 문화가 되었다. ‘쾌락주의’는 곧 인디 슬리즈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당시의 무질서한 스타일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다. 보헤미안 무드의 미니 드레스와 벨트, 네온 컬러의 선글라스, 어그 부츠 차림의 시에나 밀러와 아찔한 핫 팬츠에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부츠를 신은 케이트 모스의 페스티벌 룩, 록스타 티셔츠에 넥타이를 맨 아기네스 딘과 아메리칸 어페럴의 금빛 레깅스를 입은 조 크라비츠의 파티 룩, 옷핀과 밴드로 고정한 러닝셔츠와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찔러 넣은 담배, 해진 컨버스를 신고 무대 위에 올라 온 밴드 리버틴스의 보컬 피트 도허티, 데님 팬츠에 찢어진 망사 스타킹과 가죽 부츠로 데이트에 나선 모델 앨리스 데럴까지. 여기에 빠지지 않는 건 마치 밤새 파티를 전전한 듯한 헤어와 메이크업! 볼까지 번진 블랙 아이라이너와 며칠 동안 물이 닿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머리카락은 이들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인디 슬리즈와 파티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일명 코브라스네이크라 불리는 포토그래퍼 마크 헌터는 자신의 블로그 ‘The Cobrasnake(thecobrasnake.com)’가 인디 슬리즈 스타일을 창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코브라스네이크가 카메라를 든 곳은 늘 핫한 패션 피플이 모이는 파티 현장이었다. 물감으로 뒤덮인 케이트 페리, 디카를 들고 파티를 즐기는 테일러 스위프트, 만취한 모습의 스카이 페레이라, 술병을 들고 있는 퍼렐 윌리엄스와 태비 게빈슨 등 파티 속 패션 아이콘들을 가감없이 담아냈고, 고스란히 블로그에 업로드했다. 그의 블로그는 가장 영향력 있는 초기 소셜미디어 중 하나로 간주되는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나오기 전) 인터넷상의 모든 사람이 힙스터 하위문화에 접근할 수 있게 했기 때문. 사람들에게 쾌락주의자들의 밤은 ‘힙’하게 다가왔고, 이는 곧 패셔너블함의 상징이 되었다. 작년 5월 출간된 사진집 〈The Cobrasnake: Y2K Archives〉 속 3백 장의 사진은 2000년대 중반이 얼마나 혼돈의 도가니였는지 보여주고 있으니 참고해봐도 좋겠다.

코브라스네이크는 〈I-D〉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돌아온 인디 슬리즈 물결에 대해 이야기했다. “곧 지저분한 것과 자유로운 것이 쿨하고 섹시하게 여겨지던 때로 돌아갈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완벽할 필요 없다는 것이 인디 슬리즈가 추구하는 가치죠.” ‘2012년 사망한 인디의 퇴폐적이고 천박한 파티 장면을 기록합니다.’라는 프로필이 적힌 인스타그램 계정(@indiesleaze) 속 1천여 장이 넘는 사진을 보자. 구멍나고 늘어난 티셔츠와 엉덩이가 노출되는 짧은 데님, 찢어진 망사 스타킹, 마구잡이로 걸친 액세서리까지. 타인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태도가 돌아온 인디 슬리즈 시대의 필수요소다.